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16일 (목)
전체메뉴

[열린포럼] 남의 행복이 내 행복 아이가, 니 와 모르노?- 최환호(경남은혜학교 교장)

  • 기사입력 : 2014-06-03 11:00:00
  •   



  • 하버드대학의 실험 결과. 다른 사람의 연봉은 2만5000유로인데 당신 연봉은 5만유로인 경우가 1번이고, 다른 사람은 20만유로인데 당신은 10만유로인 경우가 2번이라면 어느 연봉을 선택할까? 대부분의 실험 참가자들이 1번을 선택했다.

    그 이유로 실질적 수입과는 상관없이, 적은 연봉이라 할지라도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받는 것에 만족한다는 거다. 왜? 인간사회의 고질병-배고픈 것보다 배 아픈 걸 더 못 참기 때문 아닐까?

    ‘남의 불행에 대해 갖는 쾌감’을 독일어로 ‘샤덴프로이데 (schadenfreude)’라고 한다.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란다. 꼴도 보기 싫은 그(녀)가 날개 없이 추락하는 순간 나는 황홀감으로 춤추며 비상한다. “지랄 발광하더니…!”라며 지상에 정의가 구현된 것처럼 속 시원한 한풀이를 해댄다.

    게다가 털 없는 원숭이들은 자신이 남보다 월등하다고 믿는 ‘장밋빛 안경’까지 쓰고 태어난다. 무려 94%가 자신의 실력이 상위 절반에 속한다고 확신한다. 심리학에서 명명한 ‘가드 콤플렉스 (God Complex)’다. 자신을 신이라고까지 믿지는 않아도 자기가 남들보다 우월한 존재이며, 자기 판단이나 의견이 자신과 견해가 다른 사람보다 언제나 옳다고 믿는 증상을 일컫는다.

    최근 ‘질투’ 심리연구의 대가 켄터키대학교 리처드 스미스 교수에 따르면 우리는 ‘자신의 존재 가치, 즉 자존감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고 우월한 부분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두뇌의 소유자(고통의 즐거움)’라는 거다. 폼생폼사해야, 내 존재감을 확인해야, 비로소 안도할 수 있기에. 그게 여의치 않을 때 우리는 타인의 불행을 은밀하게 찾아 나서는 어두운 본성의 존재이리라.

    인문교양 전국강연차 전북 익산시 장중마을에 들렀다. 과연 소문대로 수령 300년 된 은행나무 중간에 대나무 10여 그루와 30년 된 보리수나무가 담쟁이와 함께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뭐랄까. 이들이 형형색색 한 몸이 되어 어울린 모습을 일컬어 장엄한 화엄의 세계랄까…. 불현듯 “군자는 다른 사람과 생각을 같이하지는 않지만 공감 공존할 수 있고(和而不同), 소인은 겉으로는 같은 생각을 가진 것처럼 보이나 실은 배척 지배하려 한다(同而不和)”는 공자 말씀이 스쳤다.

    옛 성현들과 철학자들, 세계 7대 종교의 가르침은 하나같이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곧 자기를 사랑하는 길이라며 이타심을 강조했다. 하지만 ‘생존을 위한 투쟁,’ ‘이기적 유전자’…. 남을 밟고 일어서야 살아남는다는 승자독식 정글사회, 그 전쟁의 역사, 투쟁의 인류사는 21세기에도 피로써 기록 중이다.

    최근 뇌과학 연구들이 행복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소냐 류보밀스키 연구팀의 행복배우기의 과학적 첫걸음은 “나의 행복을 중단하고 남의 행복을 말하는 데 있다(행복의 방법)”고 역설한다. 워털루대 철학 교수이자 인지과학자인 폴 새가드도 뇌의 ‘거울 신경세포’가 가진 윤리적·철학적·종교적 함의를 정리했다. 요컨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바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며,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거다. 내 친구가 행복하면 500m 근처에 사는 나도 42% 정도 행복해진다(하버드 의대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 캘리포니아대 제임스 파울러). 프랑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이 같은 관계의 원리를 ‘상호주관적 매듭’이라고 불렀다. 행복의 상호주관적 매듭은 ‘나 홀로’ 매는 것보다 ‘남과 더불어’ 매야 더 튼실한 법이기에.

    싸움질하고 코피 쏟는 철부지 보고 늘 하셨던 할매 말씀. “남하고 의좋게 살아도 다 못사는 사람 평생 아이가, 니 와 모르노?”

    최환호 경남은혜학교 교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