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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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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시험이라는 괴물- 김용대 부국장대우 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14-11-1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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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들을 괴롭히는 가장 험악한 괴물을 꼽으라면 나는 시험이라는 괴물을 꼽는다. 비단 학생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들도 마찬가지일 터. 월급 많이 주는 직장 치고 시험 없는 직장이 없는 것만 봐도 안다. 시험으로는 사람의 됨됨이인 인격도 사회성도 정신세계도 또 얼마나 영롱한 영혼을 갖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이 시험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보면 여간 신기한 일이 아니다. 과연 시험의 정체는 뭘까.

    ▼문정우(시사IN 편집국장)가 쓴 책 ‘나는 읽는다’는 책에 시험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왜 선생님이나 선배들과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지 못하게 하는가라고 의문을 갖는다. 입만 열면 협동과 공조를 외치면서 말이다. 교과서를 보면, 또 참고서를 펼쳐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답들이 시험 아닌가. 허접한 답을 두고 나온 시험의 결과는 엄청난 위력을 발생시킨다. 몇 등 인간인지를 규정 짓는다. 화장실에도 못 가고 종 치고 나서 문제를 풀어도 안 된다. 눈을 굴려도, 옆사람과 얘기해도 안 된다. 시험에 관해 당연하지만 한 번쯤 가져볼 의문이다.

    ▼미국 뉴욕대학에서 35년간 마르크스 경제학을 가르친 버텔 올먼 교수가 쓴 ‘마르크스와 함께 A학점을’이라는 책에서 시험은 자본주의가 노동자들을 조련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시험과 같은 형식은 엄격한 노동규율에 익숙하게 하는 것이며, 시간의 제약은 직장에서 평소보다 빨리 속도전에 정서적으로 준비하게 하는 것이다. 시험공부를 하면서 습득하는 자제력은 직장에서의 인신공격, 상사의 무례 등을 참고 견디게 한다는 것이다. 전적으로 동의하자니 서글프고, 부정하자니 그럴 자신도 없다.

    ▼수능시험이 끝났다. 잘 쳤으면 잘 친 대로, 못 쳤으면 못 친 대로 고민이 많을 것이다. 또 인생에 있어 시험이 끝난 것도 아니다. 이제 겨우 큰 시험 한 번을 끝냈을 뿐이다. 그러함에도 희비는 극과 극을 달릴 것이다. 마치 안생의 모든 것인 양. 기성세대들의 대표적인 악몽은 군입대 영장을 또 받는 것과 시험 치면서 이름 적지 않고 답안 제출하는 꿈이다. 시험 없는 유토피아는 없는가. 헛된 꿈을 꿔본다.

    김용대 부국장대우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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