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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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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조선산업, 불씨까지 꺼트릴 것인가- 김재익(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16-10-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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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지난달 26일부터 나흘간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조선해양산업전시회의 개막 첫날에 전시장을 방문했다. 이 전시회는 조선해양 관련 업체들이 새로운 기자재를 선보이고 수출 상담을 하면서 조선해양산업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이다. 시민들이 많이 찾는 일반적인 전시회와는 사뭇 다르다. 전시장은 위기를 겪고 있는 조선산업의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전시회는 개막일에 방문객이 가장 많은 것과 달리 이번 조선산업전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한 모습이었다. 조선산업의 침체로 격년제인 이 전시회는 열리지 못할 뻔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개최됐다. 참여 업체들에게 부스를 무료 로 제공하는 등의 노력으로 137개 업체 319개의 부스를 유치했다. 2년 전의 14개국 223개사 573개 부스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전시회 뒤 들은 바는 없지만 수출 상담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였다. 조선산업의 위기는 생각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조선산업이 수주절벽이라는 외부적 요인과 구조조정이라는 내부적 요인이 대책 없이 계속된다면 조선업의 미래는 암울하다. 구조조정 여파로 설계와 연구개발 등 핵심기술을 가진 인재들이 정든 일터를 떠나고 있다. 주채권은행의 구조조정 압박으로 일자리 안정성은 낮아지고 조선업의 위상은 갈수록 추락하는 악조건이 심화되는 데 따른 현상이다.

    핵심기술 인력들은 회사에서는 희망퇴직 대상자로 불명예스럽지만 해외업체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는 몸이다. 중국이나 동남아 조선업체로부터 극진한 대우로 이직 제의를 받는데 누가 남아있기를 선택하겠는가. 핵심인력 유출은 시니어-주니어 간의 기술 인수인계를 가로막아 조선업 세대 간 기술력 단절이라는 폐해마저 우려된다.

    지난해 조선 빅 3업체의 핵심전문인력 중 10%인 10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고 한다. 이 중 정년퇴직은 10% 선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정년 이외의 사유이다.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올해는 더 심각하다. 한국 조선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그동안 세계 조선 1위라는 자리는 차원 높은 기술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핵심기술 인력이 경쟁국으로 유출되는 것은 국내 조선업에 치명타이다. 주채권은행의 자구안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숫자놀음의 인력감축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조선업계가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고 있는 데 비해 정부의 대응책은 더디기만 하다. 정부는 조선사들이 생존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하루빨리 조선산업 구조조정방안을 발표해야 하고, 중형조선사들에 대해서는 계획조선 발주 등 특단의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 정부는 조선업 구조조정 방안을 지난 8월 말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9월 말로 한 차례 연기됐지만 아직까지 발표가 되지 않고 있다. 관련 업계나 지자체의 대응도 함께 늦어질 수밖에 없다.

    계획조선 발주는 내년 말쯤이면 수주잔량이 바닥나는 STX, SPP, 성동조선 등 중형조선사들에게 다급한 현안이다. 중형조선사들의 일감이 끊어진다면 기자재 등 수많은 관련업체들에게 그대로 위기가 전해진다. 선박 건조는 바로 되는 게 아니고 최소 8개월 이상의 준비 과정이 필요한 만큼 중형조선산업의 보호와 회생을 위해 정부의 계획발주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세계 조선경기는 내년 하반기 이후 신규발주의 증가가 조심스럽게 전망되고 있다. 내년 9월부터 선박평형수관리협약이 발효되면 최대 40조원에 달하는 선박 평형수 처리 시장도 열린다. 세계기후변화협약이나 국제해상기구의 환경기준 강화 등은 조선산업의 미래에 희망으로 다가온다. 인고의 시간을 잘 견딘다면 조선업은 다시 활기를 찾을 날이 오는 것은 분명하다.

    조선업 활황에 대비해 국내 조선산업의 불씨를 꺼트리는 지경까지 가서는 안 된다. 임금이 저렴한 중국에 핵심기술까지 유출된다면 국내 조선업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모든 일에는 골든타임이 있게 마련이다. 정부는 조선산업의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신속히 실행해야 한다.

    김재익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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