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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반구저기(反求諸己)- 이상권 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7-12-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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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구저기(反求諸己)란 말이 있다. 맹자는 행하여도 얻지 못하면 자신에게서 잘못을 구해야 한다(行有不得者 皆反求諸己)고 했다. 구체적으로 “사랑을 베푸는데도 남이 사랑으로 보답하지 않으면 인(仁)을 실천했는지 돌아보고, 다스려지지 않으면 지혜(智)로웠는지 돌아보고, 예를 베풀어도 반응이 없으면 공경심(敬)을 돌아보라”고 했다. 또 “인이란 활 쏘는 것과 같다. 쏘았는데도 맞지 않으면 이긴 사람을 원망하지 말고 자신에게서 잘못을 구해야 한다(反求諸己而已矣)”고 했다.

    ▼후회는 자의적이고 원망은 상대적이다. 후회의 밑바닥에는 타인에 대한 원망도 깔린다. 이해득실 정도가 그 감정의 깊이를 좌우한다. 남 탓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편적인 인간 성정이다. 우리 속담에도 ‘잘되면 제 탓, 안 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다. 이기적 가치관 확대로 자성(自省)은 언어의 유희 정도로 치부하는 세태다. 모든 판단의 기준은 자신에게서 출발한다. 잘못은 남으로부터 비롯했다는 자기 합리화와 이중잣대를 보편화하는 경향이다.

    ▼심리학에 ‘행위자-관찰자 편향’ 이론이 있다. 자기와 타인의 행동에 대한 원인을 찾을 때 서로 다른 경향을 보인다는 말이다. 자신의 행동에는 관대하지만, 남을 관찰할 때는 비판적 태도를 보이는 이중잣대를 의미한다. 즉, 자신의 행동 원인을 찾을 때는 외적인 요인에 주목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에 반해 다른 사람을 판단할 때는 공개적인 행동이 곧 내면을 상징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세상사 온갖 부대낌 속에 또 한 해가 저문다. 얼마나 많은 원망과 남 탓으로 속을 끓였는지 돌아본다. 잘된 일은 남에게 공을 돌리고 잘못은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는 게 정도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닐진대 말처럼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옛 선비들이 어렵고 힘든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되뇌던 화두가 있다. ‘상불원천 하불우인(上不怨天 下不尤人)’ 하늘을 원망 말고 다른 사람을 탓하지 말라. 다 내 탓이다.

    이상권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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