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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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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2020년 대한민국 건축문화제 - 이강주(창원대 교수·2020대한민국건축문화제 운영위원장)

  • 기사입력 : 2020-09-02 19: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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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가 결국 불가피한 결정을 하게 했다. 2020년 대한민국 건축문화제는 온라인 전시를 하기로 말이다. 대한민국건축문화제는 한국건축가협회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건축 축제다. 재작년 늦가을 어느 오후 도지사와 대화하는 자리가 마련되어 짝수 해마다 지역에서 개최되는 이 축제를 경남에 유치하자고 제안했고, 다행히 작년 초가을 유치에 성공해 이번 가을 창원에서 성대한 행사가 벌어질 판이었다. 경상남도의 큰 지원과 경남건축가회 회원들이 오랫동안 준비한 행사라 아쉬움도 크지만, 건축 전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것으로 다시 힘을 내고 있다.

    이번 대한민국건축문화제의 주제는 세 종류의 ‘건축 주’다. 첫 번째 ‘주(主)’는 건물을 의뢰하거나 사용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는 건축 밖의 사람을 통해 건축을 보려는 것으로, 즉 타자를 통해 자아를 확인하는 일종의 시각전환접근법이다. 이제까지의 건축전시는 건물과 건축가를 주연으로 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소위 작품과 작가를 주목하는 것이었는데, 이러한 관점에는 건물을 직접 사용하는 보통 사람에 대한 소홀함이 다분히 묻어있다. 칸트의 말대로 결과물이 특정 용도에 매여 있는 건축은 목적 없는 합목적성, 즉 순수예술이 될 수가 없다. 따라서 첫 번째 주제를 통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축이 무엇인가를 생생히 드러냄으로써 건축가와 건축주 모두에게 어떤 울림이 전달될 것이다.

    두 번째 ‘주(住)’는 거처, 즉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대한 이야기이다. 1922년 불세출의 건축가인 르 코르뷔지에가 혁신적이면서 도전적인 ‘현대도시’ 프로젝트에서 처음 그 개념을 선보인 아파트는 현재 대한민국 주거의 70 퍼센트를 차지할 만큼 우리의 대표적인 주거형식이다. 주민의 삶과 함께 시대적인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해 온 아파트의 변화 모습을 과거에서 현재, 현재에서 미래로 고찰하고 예측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거주의 단초를 발굴하고자 한다. 이 주제는 진주에 본사가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력 작업으로 그 의미가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세 번째 ‘주(周)’는 우리 지역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로, 경남의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항구도시들이 주인공이다. 경남의 남측 경계를 형성하고 있는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항구도시들은 우리의 큰 지역적 자산이다. 따라서 항구도시들이 가지는 역사, 지리적 현황, 발전 가능성을 짚어 보고, 지역의 명소와 도시공간에 대한 분석을 통해 각각의 항구도시들이 가지는 지리적 잠재성과 미래 가치가 조명될 것이다.

    이외에도 경남의 전통건축을 여덟 개 분야로 분류하여 총체적으로 소개하는 전시도 준비하고 있다. 여덟 개의 분류란 고분(금관가야, 아라가야, 비화가야, 다라가야, 소가야), 마을(개평, 남사, 황산, 교동, 학동, 담안, 청원, 지수, 단목), 사찰(해인사, 통도사, 표충사, 쌍계사, 옥천사, 관룡사, 율곡사, 운흥사, 청곡사), 향교(밀양, 김해, 영산, 안의), 서원(남계, 청계, 덕천), 관아(영남루, 촉석루, 학사루, 세병관, 기성관), 읍성(진주, 밀양, 통영, 하동, 사천, 웅천, 사등진성, 선지리왜성), 그리고 조원(무기연당, 용호정원) 등이다. 이를 통해 무릇 ‘집은 지혜로 말미암아 건축되고 명철로 말미암아 견고하게 되며 또 방들은 지식으로 말미암아 각종 귀하고 아름다운 보배로 채워진다’는 잠언의 말씀이 실감될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상에 새로운 풍경을 만들고 있지만, 2020년 11월 11일 오전 11시에 개방될 대한민국건축문화제의 온라인 전시가 부디 어렵고 힘든 시기를 걸어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오늘도 땀을 흘린다.

    이강주(창원대 교수 2020대한민국건축문화제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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