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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1월 29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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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못 구해 난리… 현장 목소리 담는 후보 선택”

[기획 2022 대선 D-93] 경남민심 들어보니 ① 인력난 겪는 거제 조선산업

  • 기사입력 : 2021-12-05 21: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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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대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경남신문은 지역·계층별 지역 민심을 탐방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도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대선후보에게 전달하는 〈경남 민심 들어보니〉 기획을 〈1부-지역이슈〉, 〈2부-공통이슈〉로 나눠 게재한다.

    국내 조선업을 바라보는 전망은 장밋빛이다. 글로벌 환경규제 등 영향으로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가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LNG선은 우리나라 조선사의 주력 선종이다. 이에 따라 조선도시 거제의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7년과 8년 만에 수주금액 100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잇따른 수주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 현장에서 만난 조선업 관계자들이 전하는 말은 이 같은 전망과는 사뭇 달랐다. 특히 인력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또, K-조선의 장밋빛 미래가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공약으로 담아내는 대선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조선업 위기 이후 인력 빠져나가
    일감 생겨도 숙련인력 수급 한계
    노동자 수 6년 전보다 50% 이상↓

    월급보다 시급 비중 훨씬 높지만
    주52시간 상한제에 시간 줄어
    기존 인력 이탈도 심각한 상황

    시, 고용유지 정책에도 역부족
    전체 인력수급 계획 추진돼야
    열악한 처우·안전 대책도 호소

    지난 3일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이 출근하는 모습./대우조선해양/
    지난 3일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이 출근하는 모습./대우조선해양/

    지난 3일, 6곳의 대형 조선소 사외협력업체가 몰려 있는 거제 성내협동화단지. 두꺼운 철판을 자르는 절삭 소음과 번뜩이는 용접 불꽃으로 현장은 제법 활기를 띄고 있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일감이 없어 작업장 상당수가 비어 있었지만 올해부터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만난 이성신 성내공단 협의회장은 한숨부터 쉬었다.

    그는 “우리 같은 사외 협력업체들은 일감을 받아도 인력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인 실정”이라며 “조선업 위기 이후 현장에서 일하던 인력들이 평택과 삼척 등으로 다 빠져나가는 바람에 거제의 인력 수급이 한계에 부딪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협의회장은 “숙련된 40대 인력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젊은 인력이 유입되지 않는 상황이 10년 정도 지속됐다. 이제 일감이 생기더라도 인력 수급이 안 돼 일을 쳐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대선 후보들이 K-조선의 장밋빛 미래만 볼 것이 아니라 조선산업 밑바닥 현장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고 바랐다.

    실제 거제시의 조선소 노동자 수는 2015년 7만6000여명에서 2018년 4만3347명, 2020년 4만1562명으로 줄더니 올해는 10월 말 기준 3만7331명으로까지 떨어졌다.


    이 협의회장은 조선 불황기 성동조선이나 신아SB와 같은 인근 통영의 중형조선소들이 파산하면서 조선산업 전체의 인력 생태계가 붕괴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형조선소가 남아 있었다면 인력 생태계가 그나마 유지됐을 텐데 너무 시장논리에만 맡겨둔 것이 아닌지 아쉬운 마음”이라며 “이번 대선을 통해 중형조선소를 살리는 방안도 같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조선협력사의 임금은 월 고정수당보다 시급 비중이 월등히 높다. 기본 시급의 1.5배 수준인 잔업·특근으로 부족한 임금을 메우는 구조다.

    한내협동화단지의 한 협력업체 대표는 “52시간 상한제를 바라보는 여야 대선 후보의 입장이 서로 다른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현장에서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52시간 상한제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물량을 쳐내야 하는 조선 협력업체의 임금 시스템은 기본급에 잔업수당을 더하는 방식이 기본일 수밖에 없다”며 “인력을 구하는 것은 결국 인건비에 달렸는데 일하는 시간을 제한해 놓으니 구직자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야외 작업이 많은 조선업 특성상 날씨에 따라 작업시간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 기계적으로 주 52시간을 맞추라는 건 현실에 맞지 않다”며 “52시간 상한제를 바라보는 각 후보들의 시각을 관심 있게 살펴볼 참이다”고 말했다.

    주52시간 상한제에 대한 생각은 사내 협력사나 직영 노동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대형 조선소 사내협력사 사장은 “사람을 구하고 싶어도 최근 경기 평택 삼성반도체 공장 공사현장으로 대거 이직했고, 다른 협력사 퇴사 인력도 대부분 수도권 건설현장으로 갔다”며 “임금이 30%가량 높은 데다 조선업에서 배운 용접 등 기술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거제의 대형 조선소에서 블록 이동작업을 맡고 있는 박종우(48)씨는 “잔업을 해야 어느 정도 임금을 받을 수 있는데 잔업이 줄어드니 2명의 자녀를 키우는데 목이 차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 일하고 있는 작업반에는 8명이 적정 인원인데 수년 전부터 6명으로 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세계 조선산업에 슈퍼 사이클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제대로 탄력받기 위해서는 현장에 숙련된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대책이 밑바탕에 깔려야 한다는 사실을 각 후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거제시청 강무성 기업지원팀장은 “거제시는 조선 노동자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직업훈련 장려금과 고용유지 장려금 등 현실적인 지원책을 시행하는 ‘거제형 조선업 고용유지모델’을 추진해 6000명 이상의 인력을 유지한 성과를 거뒀다”며 “그러나 지자체 차원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수주 물량이 설계 등을 거쳐 실제 일감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1년 이상의 기한이 소요되는 만큼 조선산업 전체를 본 인력 수급 계획이 추진돼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거제 지역 조선업의 최대 이슈인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는 지난 2019년 초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지역에서는 매각반대 목소리가 커져갔고 천막농성, 11만여 명의 매각철회 시민 서명 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도내 18개 시·군이 매각 반대 공동성명에 참여했고 경남도의회도 건의안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철회와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하태준 정책실장은 “여야 각 대선 후보에 매각 반대의 당위성을 전달했다”며 “대우 노조는 지난 3년 간 불공정 특혜매각을 철회시키기 위해 EU 공정위가 있는 유럽을 비롯해 산업은행과 국회, 청와대 앞 등지에서 수없이 매각의 부당성을 외쳤다”고 말했다.

    그는 “매각이라는 불확실성 때문에 대우조선해양도 어려운 상황인 줄 안다”며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기업이 처한 불확실성 해소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일하는 이정만(53) 씨는 “얼마 전 이재명 후보가 거제를 방문했을 때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대해 어떤 해답을 내놓을까 주의 깊게 봤다”며 “정부 정책에 대해 여당 후보가 분명한 입장을 밝히기 힘들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면서도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못내 아쉬웠다”고 말했다.

    열악한 처우와 부실한 안전 대책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지난해 조선소를 떠나 수산업으로 이직한 김정호(50) 씨는 “건설 현장과 비교해도 일은 훨씬 힘들고 위험한데 하청에 재하청으로 갈수록 수익이 낮아지는 구조에서 처우가 더 열악해졌다”며 “수많은 고민 끝에 이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소 일은 재재하청에 해당하는 물량팀으로 내려갈수록 그 어떤 직업에 비해 월등하게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임금체계와 처우는 열악한 실정”이라며 “조선소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ks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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