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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8월 13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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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불씨 꺼지지 않게 차별 없이 지원해달라”

[기획] 경남민심 들어보니 1부 지역이슈 ⑨ 경남 예술인 힘겨운 삶

  • 기사입력 : 2022-01-10 20:5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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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기반찬~ 고기반찬이 나는 좋아”로 시작되는 인디 음악인의 노래 ‘고기반찬’은 예능에서 먹방 장면에 자주 등장해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아무리 음악이 좋아도/ 라면만 먹고는 못 살아/ 든든해야 노랠 하지”로 끝을 맺으며 예술인의 엄혹한 현실을 노래한다.

    지난 2011년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예술인 복지 지원을 통해 창작활동을 증진하기 위한 예술인복지법이 만들어졌지만 지역 예술계의 실상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은 배고픈 삶을 선택했다는 의미다. 한 문인은 “배부른 것은 바라지 않는다. 허기지지 않을 정도라도 수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부분 소득이 적고 불안하다 보니 주목받지 못하는 예술인들은 창작활동을 포기하거나 겸업을 통해 다른 벌이를 구해야 한다. 게다가 정부 지원이 수도권에 쏠려 지역 예술인 복지에 대한 정책이 미미하고 예산도 매우 적다.

    도내 문화예술인 “밥줄 끊겼다”
    소득 적고 미래 불안한 예술인들
    창작 멈추거나 겸업 통해 생계 유지
    수도권 지원 쏠리고 지역복지 미미
    코로나 이어지며 삶 더 팍팍해져

    예술복지 만족도 낮아
    평균 연 수입 500만원 미만 70.9%
    5명 중 4명 “경제적 능력 한계 느껴”
    정책 만족도, 5점 중 2.3점 불과
    67% “코로나로 재작년 소득 반토막”

    현장 이해하는 공약 나왔으면
    “예술인사회보장제도 도입 비롯한
    기본 소득 지원하는 정책 필요
    관람비 공제해 예술소비 촉진시키고
    청년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 마련을”

    천영훈 도파니예술단 대표가 10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명서동 도파니홀에서 텅 빈 객석을 바라보고 있다./김승권 기자/
    천영훈 도파니예술단 대표가 10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명서동 도파니홀에서 텅 빈 객석을 바라보고 있다./김승권 기자/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19로 경남 예술인들의 삶은 더욱 힘겨워졌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국공립 공연장, 전시장은 장기간 휴관했고 민간이 운영하는 예술공간 역시 공연과 전시가 원활하게 열리지 못했다. 만나는 예술인마다 “메르스, 사스, 경제위기를 겪었지만 이런 보릿고개는 처음”이라거나 “이렇게 오래 연주를 쉬어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위기는 가장 취약한 곳부터 찾아왔다. 소극장과 영세 기획사가 문을 닫았고 프리랜서 스태프와 배우들은 밥줄이 끊겼다. 무대와 관객이 없으니 창작활동을 할 수 없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예술인들은 최소한의 존엄을 확보해 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요구하고 있다.

    정책 수립 땐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경남은 특히 도농간 격차가 큰 지역이어서 면밀하고 촘촘한 조사가 필수적인데, 모든 정책의 근간이 되는 실태조사부터 한참 뒤처져 있다.

    2012년 경남문화재단이 시행한 ‘경남 문화예술인 실태조사’ 이후 지난 2019년에서야 실태조사가 이뤄졌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께 장애인예술인 실태조사를 할 예정이었는데 용역 예산이 삭감돼 진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상남도예술인복지증진조례에 따라 3년마다 경남예술인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수월하지 않다. 2022년도 실태조사 역시 예산 부족으로 실시 여부가 불투명하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19년 자료에 따르면 도내 예술인 10명 중 7명이 예술활동을 통한 평균 연간수입이 500만원 미만으로 조사돼 기본적인 생활이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간 개인 수입의 경우 70.9%가 500만원 미만(전국 500만원 이하 56.2%)인 것으로 나타났고, 이어 500만~1000만원 10.3%, 1000만~2000만원 9.2%, 2000만~3000만원 4.7%를 차지했다. 도내 예술인의 평균 연간 수입은 530만원(월평균 44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소득이 적다 보니 예술인 절반(49.9%)은 겸업을 하고 있다. 겸업 이유는 예술활동의 낮은 소득(48.3%), 불규칙한 소득(30.3%), 고용 불안정(8.4%) 등으로 예술인 5명 중 4명은 자신들의 경제적 능력에 한계를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남의 예술인복지 정책 만족도는 5점 만점에 2.3점으로 낮았다. 도민예술교육(2.35점)에 대해 만족도가 가장 높은 반면, 경제적 지원(2.12점)이 가장 낮아 현실에 맞는 경제적 지원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월이면 대학원을 졸업하는 김경희 화가는 전업작가 되는 것이 꿈이다. 김 화가는 “동기 대부분이 디자인을 배우거나 직장을 찾아 떠났다. 그림 그려서 생계를 유지하는 게 녹록지 않아서다. 전시회 횟수나 수상 경력 등이 없어도 창작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시행한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인한 도내 예술인 피해 실태조사(534명 대상, 온라인 설문) 결과, 66.5%가 코로나로 3개월간 소득이 반 이상 줄었다고 답했다. 피해 분야로는 교육 취소가 46.6%로 가장 컸고 공연 취소가 17.3%로 뒤를 이었다. 이는 예술인의 주 수입원인 학교 예술교육, 문화센터·복지회관 등의 교육이 전면 취소나 연기된 결과로 해석된다.

    경남예총 조보현 회장은 “지난 2년 동안 현장에서 느낀 도내 예술인들의 피해 체감도는 무척 컸다. 청년, 장애인, 원로 등 각계각층의 예술인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단기적 지원방안으로 창작준비금 지원 확대, 생활안정자금 대출 지원 개선, 민간시설 방역지원 등을 희망했다. 중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예술인사회보장제도 도입이나 예술인 고용형태와 근로환경 개선, 복지증진 방안 등을 강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남 예술인들은 대통령 후보들의 ‘입’에 관심이 쏠려 있다. 특히 예술인 기본소득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황무현 마산대 아동미술학과 교수는 “창의성이 중시되는 요즘,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문화예술분야다. 예술작품을 공공재로 보고 예술인들의 기본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문화강국을 부르짖지만 예술은 민생에 밀려 예산 삭감 땐 늘 1순위다. 예술가들도 노동자라는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 최저시급처럼 예술인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연극, 공연, 전시 관람비를 공제해 문화예술 소비를 촉진시키겠다는 말에도 희망을 걸고 있다. 도희주 아동문학가는 “도서관 정보지 고료가 거의 10년째 동결이다. 원고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니 등단 10년이 돼도 책 1권 내지 못하는 문인들도 숱하다. ‘지방정부는 문화예술인과 거의 한몸이 되다시피 해서 도와주고 발전 방안을 찾도록 하고 우수한 사례가 나오면 중앙정부가 비용을 보전하는 방식도 필요하다’는 한 후보의 말이 인상적이다. 예술 소비가 촉진되면 자연스럽게 창작활동이 늘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지원 청년 작곡가는 “청년에 대한 지원이 늘고 있지만 아직 크게 체감은 못하고 있다. 공연이 많이 줄어 창작이 어려웠다. 대통령 후보들이 아직 뚜렷한 예술인 관련 공약을 내놓지 않아 아쉽다.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 공약을 내는 후보를 뽑겠다”고 말했다.

    영화·공연·대중음악·순수예술 등 대중문화예술 업계, 특히 지난해 지원책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소극장이나 극단, 중소기획사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책과 차별 없는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도 있었다.

    천영훈 도파니예술단 대표가 10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명서동 도파니홀에서 텅 빈 객석에 앉아 “자긍심을 가지고 예술 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천영훈 도파니예술단 대표가 10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명서동 도파니홀에서 텅 빈 객석에 앉아 “자긍심을 가지고 예술 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천영훈 도파니예술단 대표는 “500명이 관람해도 본전이 채 안되는데, 지난해 봄 초연한 작품에 200명 남짓의 관객이 관람했다. 정부가 방역패스를 도입해도 관객들이 좁은 극장엘 안 오려고 한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천 대표는 이어 “김대중 정부 때처럼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안 하는 방침을 공약으로 삼는 후보가 있으면 좋겠다. 예술인들도 자긍심을 갖고 투명하게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만약 문제가 있는 단체나 예술인이 있으면 5년 이상의 페널티를 주는 방법 등으로 제지를 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지역의 공연 기획자 A씨는 “연말이 되면 정산하느라 예술할 시간이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금액을 맞추려 일부러 문구점에 가서 불필요한 딱풀을 사는 촌극이 펼쳐지기도 한다. 현장을 이해하는 정책을 수립, 집행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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