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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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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케이블 타이의 세계

김유정 작가 ‘무한한 공간의 확장’전
창원 샤갤러리서 3월 22일까지
‘세상에 정답은 없다’ 작품에 녹여

  • 기사입력 : 2023-02-15 08: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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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러 전선들을 묶을 때 쓰는 케이블 타이를 연결하는 작가가 있다. 전통공예와 가구, 현대, 철학과 가족이 하나로 연결된다.

    창원 더시티세븐 1층 샤갤러리(SHAH GALLERY)에서 김유정(36) 작가의 ‘무한한 공간의 확장(Infinite Expanse of SPACE)’전이 열리고 있다. 작가는 부산에서 나고 자라 부산대에서 목공예를 전공했지만 홍익대 석사 시절 공동샤워장의 긴 샤워기 줄을 묶을 거리를 찾다 ‘케이블 타이’를 다시금 만났고, 작업소재로 택했다.

    김유정 作
    김유정 作

    “아버지께서 실내장식업을 하셔서 집에 늘 있던 놀잇감이었어요. 우연히 다시 보게 돼 여러 모양으로 만들어봤는데 흥미로웠어요. 또 연결하면 빠지지 않는 데다 연결하는 만큼 길이와 부피를 늘릴 수 있는 점에 매료됐지요.”

    바다를 곁에 두고 자라 어망이 친숙했을까. 케이블 타이를 둥글게 말아 만든 하나의 단위를 수없이 연결해 조형을 만들어나가는 ‘바케스트리(바구니짜임)’ 기법으로 의자와 조명 등의 작품을 만들었다. 언뜻 보면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을 알 수 없는 그의 작품 세계는 ‘연결’이라는 화두에서 비롯된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는 것. 왜냐하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연결돼 있고, 연결돼 있다는 것은 ‘같다’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선택해도) 같기 때문에 정답이 없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저는 조심스럽고, 항상 남의 시선을 더 신경 쓰는 사람이었는데 아버지께선 늘 ‘정답은 없다’고 하셨어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도움되리라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 나중의 결과물로 엮이고, 인간관계, 작업, 상황 모두가 연결돼 있는 걸 보면서 점점 깨닫고 있어요. 다 같다는 걸요. 살면서 확고해지는 것들이 작품에 녹아드는 것 같아요.”


    김유정 作

    김유정 作

    무한한 확장과 축소에도 재미를 느낀다. “제 작업은 우주의 블랙홀, 심해에 존재할지 모르는 산호초 같은 추정 불가능한 것들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는데요, 그로 인해 우주 철학의 교집합처럼 아주 작거나 아주 거대해서 인간이 인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시야가 무한으로 확대 축소된다면 보지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제가 입고 있는 섬유로 된 이 니트도 현미경으로 보면 아주 미세히 얽혀 있죠. 제 작품이 지금은 나일론 타이의 작은 단위로 구성돼 있지만 큰 단위로 만들면 건물을 감쌀 수도 있는 거고요.”

    공업용 나일론 소재를 쓰지만 전통적 공예 기법으로 빚어냄으로써 한국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 규격을 본딴 빛이 투과되는 달항아리, 청자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전시는 3월 22일까지.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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