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1일 (수)
전체메뉴

[기고] ‘조선을 움직인 한 편의 상소, 을묘사직소’를 읽고- 조창환(공인중개사)

  • 기사입력 : 2023-10-25 19:40:42
  •   

  •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이다.

    성인 독서율이 비교적 낮은 우리나라이고,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이나 창업을 위하여 여러 삶의 현장을 누비다 보면 면학을 하거나 독서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쉽게 오지 않는다. 더구나 가정을 이룬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지인인 출판사 대표가 ‘조선을 움직인 한 편의 상소, 을묘사직소(乙卯辭職疏)’를 출간했다기에 주저 없이 읽어 보았다.

    남명 조식 선생은 조선중기 경상우도(지금의 경남)의 대성리학자로서 의(義)와 경(敬)을 중시하면 책을 뚫고 현실로 나아가야 한다고 하셨고, 평생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았지만 성리학의 거장이다.

    지식보다는 실천을 중시했던 그의 문하에는 숱한 제자들이 몰려들어 스승과 같이 학문을 닦았고, 훗날 그의 제자 50명이 임진왜란때 의병장(곽재우, 정인홍 등)으로 활동하여 몸소 실천하는 전형을 세운 분이다.

    그는 지리산에 은거한 처사였지만 조선을 뒤흔던 상소, 을묘사직소(일명 단성소)를 올려 조선 정계를 뒤흔들었다.

    불의한 날불한당들의 시대 명종 즉위 초기, 대궐에는 각종 권력다툼과 사화로 피바람과 시신이 쌓이고 논밭에는 백성들의 시신이 썩어 갔다. 유학자 조식은 이와 같은 시대에 지식인으로서 가만히 팔짱을 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지식인이라면, 마땅히 말해야 할 것은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에 조식은 을묘사직소를 올려 당시의 정치에 대한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임금인 명종을 ‘어린아이’라 말하고 대비인 문정왕후를 ‘과부’라고 말한다. 곧 임금은 임금이 아니고 대비는 대비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권력을 독점한 권신들을 향해서는 ‘야비한 승냥이 떼’라는 독설을 퍼붓는다. 왕조시대의 임금의 권위를 생각한다면 이는 조식이 상소문 위에 자신의 목을 잘라 올려놓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명종실록에 따르면 상소문에서 “전하의 국사(國事)가 이미 잘못되고 나라의 근본이 무너져서 천의(天意)가 떠나갔고 인심도 이미 떠나 버렸습니다. 마치 100년 된 큰나무에 벌레가 속은 갈라 먹어 진액이 다 말라버린 듯합니다”라고 척신정치의 폐해를 직언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목숨이 달아나는 시대에 누구도 할 수 없는 직언을 남명 조식만이 하였던 것이다.

    지금 우리시대에는 지성인과 어른이 보이지 않는다. 때로는 공인이라는 이름 뒤에 숨고 때로는 전문가라는 이름 뒤에 물러나는 비겁함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는 자기 합리화를 위해 곡학아세(曲學阿世), 견강부회(牽强附會)를 부끄러움 없이 한다.

    따라서 행동하는 양심가로 살기 위해서,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지금 이 시대에 남명 조식의 을묘사직소를 한 번쯤 읽어볼 것을 권해 본다.

    조창환(공인중개사)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