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30일 (화)
전체메뉴

[기고] 경남형 다문화예비학교를 제안합니다- 손은숙(김해글로벌청소년센터 대표)

  • 기사입력 : 2023-11-26 19:06:16
  •   

  • 김해글로벌청소년센터 다문화 청소년의 국적은 대부분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으로 역사적으로 우리와 같은 뿌리를 가진 재외동포(고려인)들이다. 이 아이들은 부모님의 이주로 동반 입국한 중·고등학생들로 중도입국 청소년이라 불리며 낯선 문화와 언어장벽, 또래관계에 대한 어려움, 진학과 진로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교육부에 따르면, 다문화 학생의 중학교 학업 중단율은 한국 학생보다 3배다. 본 기관에서 올 상반기 학교 진입 전 한국어 및 한국 문화수업을 이수한 다문화청소년 15명 중 8명(53.3%)은 진학 포기나 취업으로 학교 밖 다문화 청소년이 점점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중도입국청소년 대부분은 한국에서 정주하고 싶어 하지만 우선 본국과 학제가 다르고 한국어도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교육 진입 후 학업을 따라가기 힘들기에 학업 포기와 학교 밖 일탈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취약한 환경에서도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리ㅇㅇ은 미용 자격증을 아홉 번 시도 끝에 취득했고, 올해 유명한 미용실에 취업까지 했다. 또 나ㅇㅇ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힘든 후배들을 상담해 주기 위해서 국립대에서 상담심리학을 전공하다가 어려운 법학과로 전과하여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등 많은 아이들이 한국 사회 정착을 위해 애쓰고 있다.

    교육부 차원에서는 ‘이주배경학생 인재 양성 지원방안(2023~2027년)’을 발표했다. 이주배경학생 한국어교육 체계를 전면 강화하기 위하여 초·중·고 다문화 밀집학교가 있는 33개 시군구를 중심으로 지역거점 한국어예비과정을 선정·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이를 ‘학교 밖 위탁교육’ 형태로 운영하여 학교 및 교사의 부담을 줄일 방침이다.

    경상남도에서도 경남교육청과 지자체에서 학교 밖 다문화 청소년의 일탈을 방지하고, 공교육 진입을 위해 다양한 다문화청소년 교육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다문화청소년들이 공교육에 잘 진입하기 위해 먼저 제도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 단기간의 위탁사업 형태가 아니라 한국어교육, 한국문화 이해, 진로 프로그램 등의 체계적인 교육과정 수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이 과정을 학력 인증하여 학습자가 원하는 학교에 편입학할 수 있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중도입국 다문화청소년들이 꿈과 희망을 가지고 대한민국 경남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경남형 다문화예비학교를 제안한다. 이 학교는 제도권 밖·사각지대 다문화 청소년까지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급격히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시점에 중도입국한 다문화 아이들 또한 우리의 미래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문화예비학교는 학교 밖 다문화청소년의 공교육 진입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며, 다가오는 사회에 다문화 미래 교육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손은숙(김해글로벌청소년센터 대표)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