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맞장구와 신바람
- 기사입력 : 1999-10-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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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말해서 한국인만큼 대화술이 부족한 사람들도 없지 않을까 싶다.
얼굴에 미소도 표정도 없고 무덤덤하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고속버스를 타
고 가도 옆사람과 한 마디 얘기도 나누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버스
에 타자마자, 옆 사람엔 관심도 없이 아예 눈을 감아버린다. 아파트의 엘리
베이터 안에서 만나도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다. 왜 이렇게 무뚝뚝하고 무
관심한 이웃이 돼버렸을까. 이쪽에서 마음을 내어 인사를 한다거나, 말을
건네도 무반응이니 실없고 싱거운 사람 취급을 당하기 십상이다.
선진국 국민일수록 친절하고 대화술이 탁월하다. 버스나 기차의 좌석배열
도 서로 마주 보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대화를 나누는
광경은 진지하면서도 웃음과 신바람이 있다. 서로의 눈동자를 들여다 보
며, 웃는 얼굴에 감탄의 표정을 지으며 손짓 몸짓으로 자신의 의사와 감정
을 충분히 우호적으로 표현하고자 갖은 정성을 다 보인다. 한국인들이 얘기
하는 모습은 싸우는 것처럼 언성을 높이다가도 어느새 침묵을 지키고 얼굴
엔 표정과 미소가 없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남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데 가장 중요한 매체
가 대화이다. 인간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람의 언어적, 비언어적 모든
행동 자체가 대화라고 할 수 있다. 대화란 서로 말을 주고 받아서 정보전달
과 의사교환, 감정을 나눔으로써 상대방과 자신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
고, 삶을 더 효율적이고 행복하게 만드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대화는 말
하기와 듣기로 돼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말하기만을 일삼고 잘 경청하지 않
으려는 데 문제가 있다. 텔레비전의 토론프로에서 곧잘 상대방의 얘기를 중
간에서 끊고 자신의 의사만을 내세워 토론 자체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는 것
을 보곤한다. 큰 소리로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 출연자가 발언을 가장 많
이 하게 되고 의기양양하며 흡족해 하는 웃지 못할 장면을 목격한다.
대화를 잘 하는 사람은 협력과 신뢰를 얻는 사람이요, 리더십이 탁월한 사
람이다. 생존경쟁과 사회생활에 있어서 대화술은 삶의 지혜이자 무기가 아
닐 수 없다. 무한경쟁의 세계화 시대에 우리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 많지
만, 대화술이 부족하다면 세계인을 상대로 어떻게 효과적인 무역를 할 수
있으며, 마음을 얻어 친선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인가.
좋은 대화는 먼저 상대방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는 데서 시작된다. 입은
하나지만, 귀는 둘이다. 자신이 말하는 데 급급하여 좋은 정보와 아이디어
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의 얘기를 잘 듣고 끝까지 경청할 줄 아는
사람이 지혜롭고 유능한 사람이다. 대화가 살아나야 명랑하고 신바람 나는
세상이 된다. 대화가 이뤄져야 정치가 제대로 되고, 경제도 살아날 것이
다. 또한 이웃간의 인정과 웃음도 피어날 것이다. 이 뿐인가. 친절과 질서
도 생겨날 것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겨 아름다운 공동체 사회가 될
것이다.
상대방의 얘기를 잘 들을 줄 아는 방법이 매우 중요하다. 먼 산을 보고 있
다든지, 지루한 기색으로 듣는다면, 얘기하는 쪽에서 맥이 빠지고 말것이
다. 기분 좋게 얘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좋아!」 「야, 굉장하다!」
「어, 정말이냐?」 「그래, 어떻게 됐니?」 「정말 재미 있네요」 등의 말
로, 관심을 표명할줄 알아야 한다. 이와 같은 맞장구는 대화의 보약이요,
꽃이다. 대화가 꽃 피려면 관심의 맞장구를 쳐주어야 한다. 맞장구에 신바
람이 일어나고 마음은 합해진다. 어떤 어려운 일도 쉽게 풀릴 수 있는 지혜
를 얻으며 신뢰가 쌓여간다. 대화에 신바람을 불어넣는 일, 맞장구를 쳐줌
으로써 가정과 직장이 명랑하고 화목해진다. 대화에 맞장구와 신바람을 불
어넣는 일은, 「얼쑤」 「좋다」 「지화자」_ 이런 추임새를 넣는 것이며,
흥과 신명으로 혼연일체감을 만들어 내는 행위이다.
대화를 살리는 방법, 대화 속에 맞장구가 울리게 함으로써 마음의 문을 열
게 하고, 우리 사회에 흥과 신명을 불어넣어야 한다. 대화술의 발전은 선
진 문화사회 건설의 바탕이고 기초가 아닐 수 없다.
정목일 (기획출판국장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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