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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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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조기유학

  • 기사입력 : 2000-06-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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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달부터 초 중 고교생들의 조기유학이 전면 허용된다. 새 천년을 맞
    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해가는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 새로운 정보와 지식
    을 습득하고 각 개인의 소질과 적성을 최대한 신장시키기 위해 개인에게 가
    장 적합한 교육환경을 찾게 하는 것은 국제적 추세다. 특히 국제사회의 주
    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선진학문과 기술습득은 물론 외국문화에 대한 이
    해의 폭을 넓혀가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번 조기유학 시행이 이러
    한 긍정적인 효과와 기대 못지않게 이를 악용하려는 징후들이사회 도처에
    서 감지되고 있어 심히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조기유학의 이상열기가 고
    조되고 있는 현실은 우리의 조기유학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대책과 아울러
    국민들의 이에대한 인식전환이 더없이 요구되어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
    다.

    조기유학이 전면 허용됨에 따라 자녀를 해외유학 보내려는 부모들의 이상
    열기가 극성을 부리면서 사회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는 오늘이다. 국내에서
    영업중인 유학전문 상담업체들의 대부분은 조기유학에 대한 상담전화와 문
    의로 일손이 바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기유학이 규제되었던 여태까지
    도 일부 부유층 사이에 본토영어를 어릴때 미리 습득시켜야 한다는 이상심
    리가 확산돼 초등학생 자녀를 영어권 국가로 유학보내는 사례가 급증했던
    세태에서 이상열기의 수위를 짐작할 수 있겠다. 이들은 미성년자의 해외유
    학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해외 방문비자를 받아 자녀와 동반출국
    한 뒤 현지학교에 입학해 유학비자로 변경하는 방법으로 조기유학을 시켰
    을 정도였다.

    21세기는 국제화 정보화 시대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따라 현재 일고 있
    는 조기유학의 열기는 일면 바람직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기유
    학이 일부 부유층 자녀들이 빚었던 건전치 못한 행동으로 개인은 물론 국제
    적인 망신까지 당했던 과거의 일들이 재현되지 않도록 이에대한 철저한 인
    식과준비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조기유학 열기가 최소
    한 외국어라도 배우겠지 하며 무조건 보내거나 한국에서 말썽 피우니 보내
    야 겠다는 도피성 해외유학으로 변질될까봐 가장 우려되고 있다.

    부모들은 하다못해 외국어 한 가지라도 익히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을 하
    지만 외국어를 익히기도 전에 패가망신을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던 선례
    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부모가 곁에서 지켜보며 간섭할 수 있는데서도
    빗나간 아이가 방치된 상태에서 바른 길을 가기는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유학이 도피의 길은 될 수 없다
    는 사실에 가정과 사회 및 국가가 다함께 철저히 인식을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귀중한 외화의 낭비라는 경제적 측면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부
    분일 것이다. 한때 무절제한 해외유학 붐으로 외화의 낭비를 초래하여 세간
    의 거센 지탄을 받으면서 계층간의 갈등을 불러 일으켰던 과거의 일들을 재
    음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정부도 조기유학 열기를 강건너 불 보듯 해서는 안될 것이다. 조기유학
    이 개개인의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우리 공교육을 믿
    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미 자녀
    를 유학보낸 부모들은 국내에서 공부 시킬때 들어가는 과중한 사교육비를
    감안하면 유학비용이 그리 비싼 것이 아니라고 한다. 게다가 빠른 외국어
    습득과 국제사회에서의 적응력 배양 등 해외유학이 지니는 장점까지 따져보
    면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이번 조기유학의 이상열기는 입시위주의 우리교
    육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일종의 경고메시지도 포함하고
    있음을 정부 당국은 깨달아야 한다.

    조기유학은 성장기 자녀가 부모와 떨어져 공부하는 것이니 만큼 세심한
    준비와 판단이 필요하다. 이를위해 유학원만 믿지말고 국내 외국공관, 유학
    경험자, 해외 친척 등을 통해서 정보를 얻는 방법도 필수적이다. 자녀의 개
    성과 능력을 무시한채 무분별한 선택을 하지 않도록 부모의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귀담아 들어야 할 사항이다. 조기유학 전면
    허용이 국제화 시대에서 우리의 재도약을 향한 견인차 역할이 되도록 다함
    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나택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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