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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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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성산아트홀’ 명칭에 대해

  • 기사입력 : 2000-07-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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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산아트홀’이 창원문화예술회관의 명칭으로 합당하지 않다는 여론이 일
    고 있다. ‘성산(城山)’이 창원을 상징한다고 보기 힘들며 ‘아트홀’이
    란 말 또한 축소지향적이란 이유에서다. ‘아트홀’이란 이름은 대형빌딩
    내에 속해 있으면서 음악연주와 작품 전시 등등 예술행위가 가능한 하나의
    예술공간에 붙여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시말해 독립적인 대형건물 전체
    가 예술공간일 때에는 통상 ‘아트하우스’라 한다. 창원문화예술회관은 초
    대형 공연시설을 갖춘 건물과 전시시설을 구비한 건물로 구성돼 있다. 그렇
    다면 ‘○○○○관’ 또는 ‘○○○○전당’이란 명칭이 어울린다는 사실
    을 누구나 다 쉬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점은 향토에 있는 ‘문신미술관’과 ‘도문화예술회관’, 서울에
    소재한 ‘국립현대미술관’과 ‘예술의 전당’ 등의 명칭에서도 확인된다.
    아트, 즉 예술이란 말은 문화란 용어의 하위개념이며 ‘문화’란 말 속에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산아트홀’이나 ‘예술의 전당’이
    란 이름은 ‘문화’란 포괄적인 상위개념을 거세해 버린 격임을 알 수 있
    다. ‘○○문화회관’ 또는 ‘○○문화의 전당’이라 부르는 것으로 충분하
    다.

    창원문화회관이 성산에 위치해 있지 않고 엄연히 용지동에 소재한 만큼
    차라리 ‘용지문화회관’이라 부르는 것이 이치상 맞다는 지적도 있다. 일
    리있는 말이다. ‘성산’은 패총이 다량 발굴된 유적지이기는 하지만 대내
    외적으로 창원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럴 바에
    야 건물이 위치한 곳의 지명을 차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창원시는 당초
    문화회관 명칭을 공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성산아트홀’이 응모한
    것 중 하나였는지는 불분명하다. 물론 국내 각 지역에서 널리 사용되는 千
    篇一律적인 ‘○○문화회관’이란 식의 명칭에서 벗어나 보다 독자적이면
    서 이색적인 문화회관의 칭호를 갖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렇지만 합당
    한 근거와 필연성이 부족하다면 오히려 ‘엉뚱한 이름’이 되고 만다.

    아무리 좋은 옷이라고 할지라도 크기와 모양과 색채가 당사자에게 어울리
    지 않을 경우에는 어색할 수밖에 없듯이 비록 의욕적으로 지은 號라고 하더
    라도 그 사람의 성품 및 특징이 담겨 있지 않을 때에는 개성적인 향기가 우
    러나지 않는 법이다. 건물의 명칭도 이와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름에는 그
    사람이나 사물의 고유한 특성이 배어있게 마련이므로 통상 대표적 상징성
    을 갖게 되는 것이다. 창원문화회관의 명칭도 해당 지명이나 역사적 상징용
    어에서 차용한다면 무난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옛날 昌原을 ‘文昌의 고을’이라 불렀다. 학문·예술·종교 등 文物이
    번창한 곳이란 뜻이다. 요새말로 한다면 ‘문화의 본향’이라 해석해도 좋
    을 것이다. 지금의 ‘昌原’이란 이름도 따지고 보면 ‘문화가 번창한 들
    판’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오늘날 창원시가 경남의 首
    府도시로서 문화의 중심역할을 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옛 전통이 면
    면히 이어져 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창원문화회관의 명칭을
    ‘문창(文昌)문화의 전당’이라 하면 어떻겠는가. 그렇다고하여 ‘성산아트
    홀’이란 이름을 없애자는 것은 아니다. 무대를 갖춘 대공연장을 ‘성산아
    트홀’이라 칭하면서 전시공간을 포함한 전체 건물과 외부 조경 등 문화시
    설 일체를 총칭해 ‘문창문화의 전당’이라고 부르자는 뜻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밖에도 지역 대표성과 역사적 상징성을 가진 좋은
    이름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창원시가 문화회관 명칭변경에 적극성
    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국내에 널리 홍보됐으므로 바꾸기 힘들다면
    서 뒷걸음질치거나, 묵묵부답식으로 침묵해서는 될 일이 아니라고 본다. 시
    민들이 거론하고 있는 지적사항이 분명한 근거와 확고한 명분을 가지고 있
    을 때에는 신속하게 개선해 나가는 것이 옳다. 이러저러한 이유를 내세워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한다면 문화의 중심도시인 창원의 이미지만 흐려진다
    는 사실을 창원시 당국의 관계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목진숙(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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