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망가진 삶을 위하여
- 기사입력 : 2008-10-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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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임
세상에서 아름다운 음악은
망가진 것들에서 나오네
몸 속에 구멍뚫린 피리나
철사줄로 꽁꽁 묶인 첼로나, 하프나
속에 바람만 잔뜩 든 북이나
비비 꼬인 호른이나
잎새도, 뿌리도 잘린 채
분칠, 먹칠한 토막뼈투성이 피아노
실은 모두 망가진 것들이네
하면, 나는 아직도
너무 견고하단 말인가?
☞ 다친 존재는 다친 존재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가장 알맞은 위로나 힘이 될 수도 있다. 예술이란 생의 상처를 씻어주고 위로해주며 새로운 힘을 북돋운다. 그리고 대부분의 예술가는 세속적으로 망가질 만큼 상처나 고통을 경험한, 추운 영혼을 가진 자들이다.
시에서 열거되는 수많은 악기의 이름처럼 이 세상에서 예술을 창작하는 이들은 모두 상처를 알고 그것을 예술적으로 승화하고 있다.
그래서 화자는 ‘나는 아직도/너무 견고하단 말인가’란 표현으로 자신이 동경하는 예술적 경지에 이르지 못함이 아직 삶의 깊이에 닿을 수 있는 상처를 가지지 못함으로 회의한다. 겸허한 예술가의 내면이 엿보인다. 문희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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