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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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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유적

  • 기사입력 : 2008-11-07 00:00:00
  •   


  • - 이윤학

    무당벌레 한 마리 지금 바닥에 뒤집혀 있다

    무당벌레는 지금, 견딜 수 없다

    등뒤에 화려한 무늬를 지고 왔는데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화려한 무늬에 쌓인 짐은

    줄곧 날개가 되어 주었다

    이제 짐을 부려 놓은 무당벌레의

    느리고 조그만 발들

    짐 속에 갇혀 발버둥치고 있다

    ☞ 누구나 스스로의 삶을 들여다볼 때, 지나온 흔적을 두고 충만감에 젖을 수만은 없다. 당시에는 ‘화려한 무늬를’ 볼 겨를 없이 흘러가는 일상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업적이나 내력은 존재가치를 높이기도 하고 짐처럼 부담이 되기도 한다. 존재에게 살아온 흔적이란 화려한 명예이다가 벗어날 수 없는 멍에이기도 하다는 것을 화자는 무당벌레의 등에서 발견한다. 삶은 인과성을 가진다. 번다함 없는 소박한 삶, 후회가 적은 삶, 보다 가벼운 삶을 떠나는 낙엽의 발소리 들으며 계절의 끝에서 생각해 본다. 문희숙(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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