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붉은
- 기사입력 : 2008-12-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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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붉은
- 정일근
은현리 들길 걸어가다
가을소풍 마치고 하늘로 돌아간
고추잠자리 한 마리 보았습니다
또 한 마리의 고추잠자리
그 주검 곁을 지키며
오래 날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 미물들도 저리 붉게
사랑했나 봅니다
제 몸과 색깔 다 벗고
모두 돌아가는 이 늦가을까지
-<작은詩앗-채송화>동인지 제3호‘하늘우물. 고요아침’ 에서
☞ 고추잠자리의 몸이 붉은 것을 ‘붉게 사랑’한 탓으로 본 시인의 빛나는 서정이 어쩐지 고즈넉하다. 그리하여 시인은 세상의 모든 사랑은 붉은 것임을 역설하지만, 동시에 ‘사랑’과 ‘죽음’을 동의어로 여기는 듯하다.
‘미물’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사람의 사랑이야. 나를 떠나간, 한 때 한 쌍의 고추잠자리처럼 붉었던 내 사랑은 이 겨울, 어디에 깃들어 안녕하신지. -오인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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