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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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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물과 축구- 조광래(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

  • 기사입력 : 2014-10-0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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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은 인류를 비롯한 모든 생물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하다. 특히 운동선수에게 물은 더더욱 필요하다. 선수시절 내 포지션은 ‘링커’였다. 수비수로부터 공을 받아 상대편 선수를 몇명 따돌리고 최전방 공격수에게 연결하느라 전력 질주를 몇 번 하다 보면 온 몸은 이내 땀으로 흠뻑 젖어 버린다. 그때 제일 생각나는 것은 단연 물이다.

    과거 경기 지도자들은 물을 마시고 뛰면 배가 아프기도 하는 등 경기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잘못된 인식에 축구 경기 90분 내내 절대 물을 마시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현대 스포츠 과학에서는 경기 도중 중간중간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고 또한 물을 마시는 것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래서 국가대표팀 감독이 된 후 선수들이 경기 도중 물을 마시도록 허용했다.

    작년부터 내 고향 진주에서 초등생을 대상으로 ‘조광래 축구교실’을 열어 축구 꿈나무를 육성하고 있다. 1971년 진주고에서 축구를 시작한 이래 국가대표, 국가대표 감독, 실업팀 감독 등 45년의 축구 인생 동안 도민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내가 받은 사랑을 반드시 되돌려줘야 하겠다는 생각을 계속해 왔다. 이후 2012년 국가대표 감독을 그만두자마자 고향으로 내려와 어린이 축구교실을 열고 약 150명의 새싹들과 함께 새벽 공기를 가르고 있다.

    지난 5월 K-water 경남부산지역본부 안효원 본부장과 재능기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나는 축구 전문가로, 안 본부장은 상수도 전문가로 만났지만 죽이 잘 맞았다. 이후 우리 축구교실은 K-water에서 병입 수돗물을 제공받고 있다. 평소 수돗물은 끓여서 마셔야 한다고 각 가정에서 교육을 받은 탓에 아이들은 K-water에서 제공한 병물을 선뜻 마시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밀양댐 1급수를 정수해 만든 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즐겨 마시고 있고 K-water의 안전하고 건강한 병물 덕분인지 생기가 넘치고 쉽게 지치지 않는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물과 축구는 공통점이 있다. 춘추시대 철학자 노자는 ‘도덕경’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했다. 이는 ‘으뜸 되는 선(善)은 물과 같다’는 의미이다. 물은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네모가 되고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글게 된다. 물은 자신의 모습을 고정시키지 않고 어떤 모양으로도 바뀌는 유연성을 가진다. 또한 물은 항상 위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며 더러운 것도 포용해 함께 나아간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협동심과 희생정신이 필요하다. 익히 알고 있는 아르헨티나 출신 메시의 개인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다른 선수의 패스를 받지 않고는 골로 연결할 수 없다. 항상 동료와 협동하고 겸손할 때 비로소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

    어린 선수들이 운동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항상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협동하며 겸양의 미덕을 갖췄으면 한다. 물과 같은 자세로 세상을 살아갈 때 축구에서도 인생에서도 반드시 승리하리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조광래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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