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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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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말글 따져보기- 조기조(경남대 이비즈니스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4-10-1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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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30일 KBS TV 밤 9시 뉴스의 멘트 한 문장, “난항을 거듭하던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습니다.” 난항은 맞다. 물고 늘어지다가 온 국민의 원성을 들었고 만시지탄이 있었다. 국회의장이 산회를 하고 여야 합의를 종용했다. 며칠 후에 국회를 열어 그날은 반드시 법안을 상정할 것이라 했다. 더는 미룰 수 없는 막바지에서 어쩔 수 없이 합의한 것이 어찌 극적으로 타결된 것인가? 극적인 것은 반전이 있거나 감동을 불러일으키거나 놀라운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이 뉴스를 좀 더 살펴보자.

    “여야 간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극적인 타결을 이루면서 오늘 저녁 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가 151일 만에 열렸습니다.” 전혀 극적이지 않았을 뿐더러 국회 본회의가 열렸다기보다 국회 본회의를 열었다고 하면 좋겠는데. 이미 많이 쓰고 있어 그리 어색하지는 않다. “결국 본회의는 5시간이 지난 저녁 7시 반이 돼서야 열릴 수 있었습니다.” 그냥 ‘열렸습니다’고 하면 되는데. “결의안 등 여러 가지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 아니고? “세월호법 협상 타결로 야당이 등원하면서 지난 한 달 동안 파행돼 온 정기국회도 정상화됐습니다.” ‘파행돼 온 국회’는 아무래도 어줍다. ‘정상화됐다’의 ‘~화’ 말고는 없을까?

    영향력이 큰 언론, 방송인, 작가들에게 당부한다. 수동태를 가려 쓰자고. 예를 들면 “내일 비가 올 것으로 전망됩니다”고 하는데 그냥 ‘내일 비가 올 것 같습니다’, ‘내일 비가 올 것으로 봅니다’고 하면 어떤가? 우리가 전망하지 전망되나? 우리가 날씨를 예상하지 날씨가 (스스로) 예상되는 것이 아니다. 마치 우리가 밥을 먹지 밥이 우리에게 먹히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국어사전에 보면 유감(遺憾)은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이라고 한다. 미안하다. 죄송하다. 부끄럽다고 하면 될 것을 ‘유감’이라 한다. 사전의 뜻대로라면 전혀 미안하지도 부끄럽지도 않은 것이고 오히려 자신의 불만을 털어 놓는 것에 불과하다. 차라리 그냥 ‘거시기 하네요’하는 것이 더 낫겠다.

    ‘~같아요’는 이미 굳었다. ‘좋아요’ 하면 되지 ‘좋은 것 같아요’ 한다. 상황에 굳은 표현이 있다. 예를 들면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변수가 된다. 파란이 예상된다]는 것들이다. 객관적 사실보도에 주관적인 추측을 더했다. 말도 살아 있어서 민심이나 시대상을 반영한다지만 요즈음 국적불명의 용어들을 어지럽게 쓰고 있다. ‘썸을 타고’ ‘멘붕이 오고’ 아주 좋은 것을 ‘완전 좋다’고 한다. ‘당연하지’를 ‘당근이지’ 하는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욕설이 섞이지 않으면 말이 아니고 말을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외래어가 섞이는 것이야 그렇다고 치자. 차라리 한자어나 혼용해 그 뜻이라도 알도록 하면 어찌 사맛디(소통하지) 아니할까? 이런 전차로 되짚어 본다. 한글 날이 와서만은 아니다.

    조기조 경남대 이비즈니스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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