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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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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내버스 집중 진단 (2) 시내버스 업체 실태

빠듯한 배차시간·열악한 처우 ‘서비스 저하’로 이어져

  • 기사입력 : 2016-08-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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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시내버스 대방동 종점 차고지에서 버스기사들이 운행을 위해 차량으로 가고 있다./전강용 기자/


    버스 불편 민원은 끊이지 않는다. 창원시의 예산 지원에도 불구하고 버스 기사들의 처우 또한 개선되고 있지 않다. 버스 기사들의 열악한 처우는 서비스와 직결된다. 시내버스 기사들의 난폭운전 등 위반행위에 대한 페널티 부과도 빠듯한 배차시간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창원시가 버스 서비스 개선을 위해 버스 업체들에게 부과하는 페널티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익경쟁 부담에 내몰릴 수 있는 노선전담제와 공동배차제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대생 A씨는 지난 6월께 ○○번 버스 안에서 기사로부터 이해할 수 없는 욕설을 들었다. 버스가 자신의 동네인 마산합포구 주도마을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에 대한 불만 섞인 욕설이었다. A씨는 “기사분이 아주 큰소리로 ‘○○, 이 동네는 안까지 안 들어와도 되는데 들어와야 한다’고 화를 냈다”며 “평소에도 하차하려고 벨을 누르면 욕설과 함께 급정거는 물론, 내릴 때 문도 빨리 닫아 다칠 뻔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께 회사원 B씨는 S&T중공업 정류장에 내리기 위해 도착하기 전 벨을 눌렀음에도 “왜 늦게 누르냐”는 기사의 타박에 기사를 쳐다봤다가, “뭘 쳐다보노, 임마”라는 모욕적인 언사를 들었다.

    ◆끊이지 않는 도돌이표 ‘민원·행정처분’= 승객이 드문 동네라고 해서 심지어 정해진 노선을 경유하지 않거나 정류장 무정차 통과 등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창원시가 운영하는 대중교통불편신고(시내버스·택시) 홈페이지에는 한 달 평균 70~80건의 민원글이 올라온다. 일반 민원과 택시 관련 민원을 제외하면 한 달에 50건가량이 버스 이용 불편신고이다.

    시 교통정책과가 이용 불편신고를 집계한 결과 지난 2014년은 527건, 2015년은 550건이었으며, 올해 1~5월까지는 189건에 달했다. 불편신고 주요 유형은 불친절, 난폭운전, 무정차통과 등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접수된 건은 시민들이 직접 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신고한 건만 해당돼 불편 민원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고 업체들에 대해 시의 채찍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창원시는 서비스 개선 유도를 위해 시내버스의 정류장 무정차통과, 승차거부, 난폭운전 등 법규위반에 대해 지속적으로 행정처분 및 페널티를 부여하고 있지만 시내버스 관련 불편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창원시는 총 447건에 대해 과징금 100건, 과태료 98건 등 4643만원을 부과하고 페널티를 적용해 재정지원금 1억5590만원을 삭감했다.

    ◆노선전담제+공동배차제= 창원지역 시내버스는 시민에 대한 서비스 제고 등의 이유로 적자 노선의 경우 시비를 보전해주는 ‘노선전담제’를 따르고 있다. 이에 수익 노선에 대해 9개 업체가 공동으로 배차하는 공동배차제도 겸하고 있다. 노선전담제는 수익이 잘 나지 않는 일부 벽지노선에 해당되고 나머지 수익이 많이 나는 주요 간선도로 노선은 ‘공동배차제’를 채택하고 있다. 문제는 공동배차제 노선에서 업체들 간에 소위 ‘요금 줍기’ 경쟁으로 과속, 난폭운전 등이 벌어지는 것이다.

    전체 노선 중 약 10% 노선을 운행하는 버스가 전체 노선 버스 수입금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지난 5월 창원시가 표준운송원가 산정과 관련해 실시한 용역 결과에 따르면 노선별로 대당 버스요금 수입의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141개 노선 중 대당 평균수입금이 60만원 이상인 상위 15개 노선의 버스요금수입이 전체 버스요금수입의 무려 45%나 차지했다. 수익 노선의 공동배차는 결국 업체들간의 과다 경쟁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광재 공공운수노동조합 부산경남버스지부 사무국장은 “업체 수익 보전을 해야 하는 현장기사는 배차시간이 빠듯해 신호위반이나 과속 등 법규 위반을 유발하고 이는 교통사고나 친절서비스 하락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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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듯한 배차시간= 지난달 6일 오후 성산구 대방동~마산합포구 월영동을 오가는 105번 버스 기사의 하루를 동행 취재했다. ‘날고 긴다’는 간선버스 18년차 버스 기사였지만 식사시간과 가스 충전 등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었다. 오후 3시 무렵 저녁을 미리 챙겨 먹었지만 주어진 시간은 20여분이 채 되지 않아 쫓기듯 밥을 먹어야 했고 쉬는 시간은 종점 인근에 버스를 세우고 담배 하나 피우는 게 다였다. 기사는 베테랑이었음에도 10분가량 출발이 지연되는 등 정해진 배차간격을 맞추지 못했다.

    해당 버스 기사는 “출퇴근 시간은 물론이고, 시도 때도 없이 교통이 막히는 상황이 발생한다. 105번을 비롯해 간선노선 기사들 대부분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쉴 틈도 없이 버스를 몰고 있다”면서 “10여 년간 교통환경은 변해 왔지만 배차시간표는 그대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7년차 버스기사 주모(49)씨는 “배차간격이 빠듯하지만, 곡예 수준으로 운전하더라도 이를 맞춰야만 한다. 지연출발이 적발되면 업체는 시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고, 기사들은 업체로부터 징계를 받기 때문이다”면서 “심지어는 다른 업체의 같은 버스와 운행이 겹쳐 승객을 모조리 뺏어오거나 전혀 태우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런 경우들은 업체 간 기사들의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배차간격을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고 털어놨다.

    ◆과도한 근무일수= 기사들의 과도한 노동도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 꼽힌다. 창원지역 시내버스 업체 중 한 곳에서 기사들의 근무 일수를 살펴본 결과, 지난해 4월 중순에 입사한 한 기사는 수습기간을 거쳐 바로 다음 달인 5월 첫 근무에 들어갔다. 근무일수를 보면 6월은 27일, 7월은 28일, 8월은 29일, 9월은 28일, 10월은 29일, 11월은 28일, 12월은 30일 등 근무 일수가 월평균 28일을 넘었다. 매달 하루나 이틀밖에 쉬지 못하는 셈이다. 근속연수가 긴 다른 기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전광재 공공운수노동조합 부산경남버스지부 사무국장은 “버스 한 대당 2.34명 고용이 의무화돼 있다. 이를 근거로 하면 근무 일수는 25일이 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초과하고 있다”며 “시는 2.34명을 기준으로 업체가 작성한 재무제표 등을 인정하면서 재정지원금을 주고 있다”며 “지원금을 받기 위해 업체가 실제 근로자 수를 부풀리지는 않았는지 확실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페널티 적용’ 실효성 있나= 시는 버스업체의 보조금을 삭감하는 ‘페널티’를 적용하고 있지만, 기사들은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다. 간선버스 기사 김모(46)씨는 “지연출발하면 페널티를 부과받는데, 지연출발을 하지 않기 위해 과속이나 무리한 운행을 하면 또 페널티를 부과받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면서 “업체들은 페널티를 받을수록 경쟁노선 수익으로 메울 수밖에 없는데 과당경쟁으로 기사들의 무리한 운행만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제도 개선 시급= 버스 서비스 개선을 위해 단순히 페널티와 인센티브 전략보다는 업체 간 수익 경쟁 등 근본적인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비스 개선은 버스 기사들의 운행 여건과 근무환경이 전제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교통안전공단 부산경남지역본부 권재영 교수는 “운전습관, 시민에 대한 봉사 마인드 등이 우수한 운전자는 급여와 복지 등 근무환경 개선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김진서 창원자동차노동조합 시내버스협의회 의장은 “기사들은 매일같이 시간에 쫓기고 경쟁에 쫓긴다. 서비스 저하로 이어지는 이러한 경쟁 구조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며 “간선노선을 준공영제로 변경하고 지선노선은 지금처럼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안들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훈·김현미·김재경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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