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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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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자살률, 경남을 보다 (3) 자살예방사업 살펴보니

심리적 안전망 촘촘하게, 물리적 안전망 튼튼하게

  • 기사입력 : 2022-02-16 21: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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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살률은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9년 시군구 연령표준화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명)은 최소 8.5명, 최대 66.6명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자살의 규모·특성이 다르고 자살예방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 수준의 차이가 큰 탓에 지역별 자살 특성과 인프라를 고려한 정책 추진이 필요한 이유다.

    김해평야를 중심으로 도농복합 특징을 갖고 있는 김해시는 지난 2016년 이후 자살률이 증가해왔다. 김해시 자살 사망자는 지난 2017년 141명, 2018년 156명으로 15명 증가했고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017년 26.6명에서 2018년 29.4명으로 2.8명 증가했다. 특히 2018년 자살 사망자 156명중 60대 이상이 48명으로 전체 자살 사망자의 30.7%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후 김해시는 김해시정신건강복지센터에 위탁해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지역맞춤형자살예방사업을 시행했다. 이 시기 중 특히 2019년과 2020년 2년에 걸쳐 노인자살예방사업에 집중했고, 2019년의 김해시 60대 이상 자살 사망자가 전년 대비 14명 감소하는 등 구체적인 성과를 냈다. 2020년 김해 전체 자살률도 25.2명으로 감소했다.

    김해시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 생명지킴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김해시정신건강복지센터/
    김해시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 생명지킴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김해시정신건강복지센터/
    김해시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 생명지킴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김해시정신건강복지센터/
    김해시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 생명지킴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김해시정신건강복지센터/

    ◇마을 단위로 쪼개 노인 자살문제 접근= 김해시의 노인 인구 구성비는 매년 약 0.5%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김해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6만6010명으로 전체 인구 53만7601명의 12.3%에 해당한다. 장유3동(6.6%)을 제외한 전 읍면동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7%를 넘어섰고, 특히 5개 면(진례·한림·생림·상동·대동면)과 회현동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속했다.

    김해시정신건강복지센터는 고령화 지수가 높게 나타나고 있는 면 단위 지역의 노인 자살 예방에 집중했다. 면단위 지역은 노인복지시설과 복지관 등 유관기관 접근성이 떨어지고 신체건강 문제가 자살 사망의 주원인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센터가 주민참여형 사업으로 야심차게 진행한 ‘생명사랑행복마을’(해피마인드빌리지)은 ‘심리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대표 사업이었다. 2019년 대동면 안막1구를 시작으로 이듬해 상동면 감로마을을 2호 마을, 지난해 12월 생림면 하사촌마을을 3호 마을로 속속 선정했다.

    센터는 생명사랑행복마을사업을 통해서 부녀회, 노인회, 청년회 소속 마을 주민 대표를 ‘생명 지킴이’로 선정해 자살예방교육을 진행하고 마을 노인인구 전수조사를 비롯한 정신건강조사도 함께 펼쳤다. 마을주민 서로가 관심을 갖고 살필 수 있는 분위기를 먼저 조성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자살 고위험군을 발굴하고 노인 대상의 맞춤형 생명존중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단계를 밟은 것은 센터 몫이었다. 지역주민의 동참은 물론 호응·공감대 형성이 자살예방사업의 마중물이 됐다.

    이은미 김해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생명존중팀장은 “각 마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장, 노인회, 부녀회 등 마을 조직의 관심이 높았고, ‘다함께 차차차’ 등 마을 주민들이 직접 출연하는 뮤직비디오 제작 등 마을 주민들의 흥미를 끄는 프로그램 운영이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요인이다”고 설명했다.

    김해시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가 지역 내 농약판매업소를 방문해 자살예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김해시정신건강복지센터/
    김해시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가 지역 내 농약판매업소를 방문해 자살예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김해시정신건강복지센터/
    김해시정신건강복지센터가 농촌지역 가정에 설치한 농약안전보관함./김해시정신건강복지센터/
    김해시정신건강복지센터가 농촌지역 가정에 설치한 농약안전보관함./김해시정신건강복지센터/

    ◇맹독성 농약 ‘그라목손’ 회수… 자살수단 차단 ‘호평’= 생명사랑행복마을이 마을 주민의 심리적 안정망을 구축해 노인 자살을 줄이는 데 기여한 맹독성 농약 회수 사업은 자살 수단을 차단해 사망자를 줄이는 효과가 있있다.

    김해시정신건강복지센터는 생명사랑행복마을로 지정된 지역의 농약판매업소 9곳을 ‘생명사랑 실천가게’로 지정하고 맹독성 농약인 ‘그라목손(Gramoxone)’ 회수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농약은 식물의 잎에 한 방울이라도 튀면 금방 구멍이 날 정도의 강력한 제초효과로 농가에서 폭넓게 사용되지만, 소량을 마시거나 바로 내뱉었을 때에도 사망에 이를 만큼의 독성을 갖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2년 이 농약 생산을 중단시키고 유통도 전면 금지했지만, 쓰고 남은 농약을 여전히 일부 농가에서는 보관하고 있어 자살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실정이었다.

    센터는 농약 음독자살이 많은 4개 지역 등 면 단위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전개해 2019년 205개, 2020년 22개를 회수하는 성과를 냈다. 센터는 특히 공모사업에 선정된 예산을 활용해 그라목손 1개당 3만원의 상품권을 지급해 회수를 유도했는데, 주민들의 참여도가 높았다. 센터는 회수한 농약을 김해시 보건소·청소과와 협력해 폐기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았다. 캠페인 성과로 2020년 60대 이상 노인 자살 사망자 수가 2019년에 비해 14명이 감소했고, 지난해부터는 회수 작업을 시 전역으로 확대해 지속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자체가 나서 음독자살이 많은 경남지역 농촌 지역에 확대할 수 있는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20년 자살 사망자의 자살수단별 현황을 보면 경남은 음독이 119건으로 전국 총 음독 1219건의 12.3%를 차지할 정도로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보건복지부 지역맞춤형 자살예방사업 컨설팅 위원으로 참여한 이수정 경남대 간호학과 교수는 “맹독성 농약을 회수하는 이 사업이 전국적으로 자살수단 차단 정책을 확산하는 데 좋은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며 “자살예방사업 전문기관 차원보다 경남도, 각 시군 지자체가 직접 나서 사업을 확대해보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맹독성 농약 회수 외에도 자살 수단 접근을 사전에 차단하고 경찰·소방당국 등 유관기관과 연계해 관리를 강화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자살 발생 다중지번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공공장소의 경우 모니터링을 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김미경 김해시정신건강복지센터 상임팀장은 “지역 내 유관기관과 유기적인 협력으로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 발굴하고 사례 관리를 지속적으로 하는 등 사후 관리에도 나서고 있다”며 “마을 단위 생명존중 사업을 늘려나가고 자살수단 차단·관리도 강화할 예정이다. 연속성 있는 사업추진을 위해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예산지원, 인력 확보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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