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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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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전은 어린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귀중한 선물

  • 기사입력 : 2023-05-03 19:3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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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쿨존에서의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과 강력 처벌을 골자로 하는 일명 ‘민식이법’이 올해로 제정 3년을 맞았지만 스쿨존에서의 어린이 교통사고가 줄지 않아 운전자들의 교통안전 의식의 민낯을 보여준다. 3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 건수는 모두 9만1977건이었다. 전년과 비교하면 6.8%나 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난해 어린이날에만 어린이 교통사고가 594건 일어났는데, 이는 주말 하루 평균 사고 372건보다 60%나 많았다. 이 중 어린이 10명 중 1명이 음주운전 차량에 사고를 당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스쿨존에서도 매년 180여명이 사고를 당해 민식이법 제정 취지가 무색하다.

    그럼 어린이 교통사고가 왜 줄지 않는지 한번 따져 보자. 지난해 말 기준 도내 스쿨존 827곳 중 안심승하차존이 설치된 곳은 67곳뿐이다. 18개 시군 중 7곳에는 한 곳도 없다. 사정이 이러니 등하교 때 학교 앞은 아수라장이 되고 무법천지다. 사고를 원천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쿨존 지정도 대폭 늘려야 한다. 하지만 도내 유치원과 어린이집 앞의 스쿨존 지정률은 전국 최하위다. 유치원은 지정대상 중 52%에만 설치돼 전국 시도 중 16위를, 어린이집은 64.7%로 전국 평균 75%에 턱없이 못 미친다. 어린이 왕래가 잦은 스쿨존 인근 지역의 위험 잔존성도 따져야 한다. 창원시 진해구 장천동 내리막길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사망한 A(11)군의 사고가 이 경우다.

    우리는 많은 어린이들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10위 대한민국에서 어린이 교통사고가 계속 증가하고, 특히 어린이가 가장 안전해야 할 스쿨존에서의 사고도 줄지 않는다는 사실에 우리는 스스로 경악해야 한다. 사고를 당한 어린이는 그 집안과 국가의 귀중한 보물 중의 보물이다. 3년 전 민식이법 제정 당시만 해도 어린이 교통사고를 대폭 줄여보자는 사회적 합의가 컸지만 그 이후 우리의 운전 행태와 안전의식이 더 퇴보해 버렸다. 사후약방문,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자연 떠오른다. 마침 내일이 어린이날이다. 저출산 구조 속에 보물 같은 어린이들에게 우리사회가 줄 수 있는 가장 귀중한 선물은 ‘안전한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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