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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발언대] 변하지 않는 가치와 배리어 프리- 어태희(문화체육부)

  • 기사입력 : 2023-12-26 08: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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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 태 희 문화체육부

    얼마 전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요즘 학생들은 서로 연락처 교환을 하지 않는다. 연락처 대신 카카오톡이나 SNS 아이디를 교환해서 얘기를 주고 받는다고 한다. 의아해서 물었다. 그럼 급할 때 전화는? 카카오톡도 전화가 되지 않냐 답한다. 아하! 우리 때만 해도 전화가 우선인지라 가족은 물론 친구의 연락처를 외우고 다녔다. 우리 윗세대는 서로의 연락처는 물론 모스부호처럼 다양한 삐삐 암호 수십 개에 통달했다니, 전화 하나로도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고리타분한 세대 흐름에 대한 얘기를 꺼낸 것은 더 고리타분하게도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다. 얼마 전, 경남에서 가장 오랜 시간 도슨트 활동을 해온 홍미옥씨와 인터뷰를 했는데, 그는 세상이 뒤집혀도 변하지 않을 가치로 예술을 꼽았다.

    생각해보자면, 세월이 흐르는 가운데 예술은 언제나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삶의 가치를 제시했다. 홍씨가 말했다. “먹고사는 데 급급했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방향이 중요하고 그것이 해소되지 않으면 불안해지죠. 예전에는 그 불안을 종교로 풀었지만, 이제 젊은 사람들은 종교를 찾지 않아요. 그래서 이런 시기에 무엇보다 예술이 더 중요하다 생각해요.”

    어느 때보다 빠르게 바뀌는 사회 속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가 더 중요해졌다. 예술이 처방이 될 수 있도록 그 저변을 넓히는 것에는 예술의 배리어 프리(barrier free)가 필수적이다. 어느 한 세대뿐만 아니라 장애인, 고령자, 어린이 등 누구나 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 그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것은 접근성 좋은 시설의 보수뿐만 아니라 어려운 예술을 쉽게 풀어주는 도슨트 지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예술 기획 등이 되겠다.

    경남의 미술관에서도 배리어 프리에 한발 나서고 있다. 경남도립미술관은 ‘보통의 사람들’을 전시하면서 높았던 작품 전시 위치를 낮추고, 어린이나 고령자, 발달장애인 등이 이해하기 쉬운 큰 글자의 해설집을 만들었다. 문신미술관에서는 6월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미술감상 프로그램을 운영해 장애인이 직접 문신의 작품을 만져보고 설명을 들을 수 있게 만들었다.

    예술의 저변 확대에는 지역 미술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누구나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오늘도 머리를 싸맬 미술관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어태희 (문화체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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