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출항 앞둔 성산아트홀 호
- 기사입력 : 2000-03-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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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공사비 840억원이란 막대한 자금과 연건평 1만2천평이란 방대한 규모
의 창원문화예술회관, 즉 城山아트홀이 수년간의 사업기간을 거쳐 이제 외
부 조경공사를 마무리하고 오는 4월25일 개관식을 갖게 된다. 지역문화예술
의 중심센터 역할을 수행하게 될 성산아트홀에 대한 관심은 비단 창원 시민
뿐만 아니라 전 도민들에게 두루 걸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청 소재지인 창원에 위치해 있으면서 어느 지역의 것보다 그 규모가 크
고 현대적 시설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50만 창원시민들이 이용
할 예술공간이 이렇게 커야 할 까닭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소요 운영경비
를 충당하기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다. 일면으로 볼 때에는 일리있는 지적이
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창원시는 이미 국제도시이므로 시의 인구수만
두고 따질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경남의 중심도시로서 전 도민이 이용하
게 될 것일 뿐만 아니라 국내 각 지역과, 나아가 세계 각국 사람들이 이곳
을 찾을 것임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큰 규모라는 부정적 시각으로만 볼 일
이 아니다.
성산아트홀이 문화예술의 중심센터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 관련종사원들이 혼연일체가 돼 살아 숨쉬는 문화예술센터로 운영해 나가
려는 자세확립이 긴요하다. 즉, 운영전문가로서의 식견을 구비해야 함은 물
론 이용객들에 대한 봉사정신을 일상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관장을 비롯한
보좌진들의 경우, 문화예술에 대한 식견과 능력을 갖춘 전문가로 알려져 있
다. 그런 만큼 예술인과 시민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쉬임 없이 기획
하고 연구한 바를 구현해 나가는 실천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는 권위적이거나 고압적인 태도를 버려야 할 것이며 상냥하고 친절하게 이
용객들을 맞이해야 하는 것이 기본자세라고 본다.
그리고 각 예술장르별로 균형과 형평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운영돼야 할
것이다. 어느 특정 예술분야를 지나치게 유치하는 행위 등 ‘편향된 운
영’은 결국 여타 예술부문의 소외를 초래하게 되며 이러한 현상은 예술가
나 시민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 여기에서 각별히 주의해야 할 점은 운
영의 민주적 절차 중시와 투명성 확보라 하겠다. 객관적 지명도와 예술적
성취도를 무시하거나 순번을 벗어난 전시 또는 공연 유치는 신뢰성을 떨어
뜨리게 되므로 특히 조심해야 한다. 예술인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므로
그 균등한 기회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객관적 자
격 기준과 접수 순서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고품격 저비용’의 경영마인드 실천이 중요하다. 시민들이 고급
문화예술을 받아들이고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되, 그 경비 지출 규모
가 지나치게 커서는 곤란하다. 궁극적으로 볼 때, 성산아트홀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므로 소요경비 낭비는 곧 소중한 시민의 혈세를 축
내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최소의 경비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경제원
칙을 철두철미하게 적용해 나가야 한다. 물론 부대사업을 벌여 운영비로 충
당한다고는 하지만 얼마나 도움될는지는 의문이며 설사 제대로 수익사업이
진행된다고 해도 총 운영경비를 놓고 볼 때에는 극히 미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마디로 수익사업은 상징적 의미를 크게 벗어나기 힘들 것이 아
닌가 생각된다.
끝으로 시민들이 스스로 찾아올 수 있는 성산아트홀이 되게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렇다면 먼저 시민들이 원하는 문화예술 욕구가 무엇
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예술성’이란 용어로 위장된 저질 작
품, 작가 자신을 비롯한 극소수의 계층만 이해할 수 있는 난해한 작품을 전
시하거나 무대에 올릴 경우 시민들이 외면하게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예술성이 높으면서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들을
많이 선보여 나간다면 일반 시민들도 자연스레 이곳을 찾게 될 것이다.
이제 ‘성산아트홀’호는 항해의 채비를 모두 끝내고 출항의 뱃고동 소리
를 하늘 높이 울릴 날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 배가 난파되지 않고 순조로
운 항해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조타수역을 맡고 있는 창원시 및 아트홀 운영
관계자와 승객인 문화예술인, 시민들이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
/목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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