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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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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출항 앞둔 성산아트홀 호

  • 기사입력 : 2000-03-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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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 공사비 840억원이란 막대한 자금과 연건평 1만2천평이란 방대한 규모
    의 창원문화예술회관, 즉 城山아트홀이 수년간의 사업기간을 거쳐 이제 외
    부 조경공사를 마무리하고 오는 4월25일 개관식을 갖게 된다. 지역문화예술
    의 중심센터 역할을 수행하게 될 성산아트홀에 대한 관심은 비단 창원 시민
    뿐만 아니라 전 도민들에게 두루 걸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청 소재지인 창원에 위치해 있으면서 어느 지역의 것보다 그 규모가 크
    고 현대적 시설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50만 창원시민들이 이용
    할 예술공간이 이렇게 커야 할 까닭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소요 운영경비
    를 충당하기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다. 일면으로 볼 때에는 일리있는 지적이
    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창원시는 이미 국제도시이므로 시의 인구수만
    두고 따질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경남의 중심도시로서 전 도민이 이용하
    게 될 것일 뿐만 아니라 국내 각 지역과, 나아가 세계 각국 사람들이 이곳
    을 찾을 것임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큰 규모라는 부정적 시각으로만 볼 일
    이 아니다.

    성산아트홀이 문화예술의 중심센터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 관련종사원들이 혼연일체가 돼 살아 숨쉬는 문화예술센터로 운영해 나가
    려는 자세확립이 긴요하다. 즉, 운영전문가로서의 식견을 구비해야 함은 물
    론 이용객들에 대한 봉사정신을 일상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관장을 비롯한
    보좌진들의 경우, 문화예술에 대한 식견과 능력을 갖춘 전문가로 알려져 있
    다. 그런 만큼 예술인과 시민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쉬임 없이 기획
    하고 연구한 바를 구현해 나가는 실천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는 권위적이거나 고압적인 태도를 버려야 할 것이며 상냥하고 친절하게 이
    용객들을 맞이해야 하는 것이 기본자세라고 본다.

    그리고 각 예술장르별로 균형과 형평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운영돼야 할
    것이다. 어느 특정 예술분야를 지나치게 유치하는 행위 등 ‘편향된 운
    영’은 결국 여타 예술부문의 소외를 초래하게 되며 이러한 현상은 예술가
    나 시민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 여기에서 각별히 주의해야 할 점은 운
    영의 민주적 절차 중시와 투명성 확보라 하겠다. 객관적 지명도와 예술적
    성취도를 무시하거나 순번을 벗어난 전시 또는 공연 유치는 신뢰성을 떨어
    뜨리게 되므로 특히 조심해야 한다. 예술인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므로
    그 균등한 기회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객관적 자
    격 기준과 접수 순서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고품격 저비용’의 경영마인드 실천이 중요하다. 시민들이 고급
    문화예술을 받아들이고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되, 그 경비 지출 규모
    가 지나치게 커서는 곤란하다. 궁극적으로 볼 때, 성산아트홀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므로 소요경비 낭비는 곧 소중한 시민의 혈세를 축
    내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최소의 경비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경제원
    칙을 철두철미하게 적용해 나가야 한다. 물론 부대사업을 벌여 운영비로 충
    당한다고는 하지만 얼마나 도움될는지는 의문이며 설사 제대로 수익사업이
    진행된다고 해도 총 운영경비를 놓고 볼 때에는 극히 미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마디로 수익사업은 상징적 의미를 크게 벗어나기 힘들 것이 아
    닌가 생각된다.

    끝으로 시민들이 스스로 찾아올 수 있는 성산아트홀이 되게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렇다면 먼저 시민들이 원하는 문화예술 욕구가 무엇
    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예술성’이란 용어로 위장된 저질 작
    품, 작가 자신을 비롯한 극소수의 계층만 이해할 수 있는 난해한 작품을 전
    시하거나 무대에 올릴 경우 시민들이 외면하게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예술성이 높으면서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들을
    많이 선보여 나간다면 일반 시민들도 자연스레 이곳을 찾게 될 것이다.

    이제 ‘성산아트홀’호는 항해의 채비를 모두 끝내고 출항의 뱃고동 소리
    를 하늘 높이 울릴 날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 배가 난파되지 않고 순조로
    운 항해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조타수역을 맡고 있는 창원시 및 아트홀 운영
    관계자와 승객인 문화예술인, 시민들이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
    /목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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