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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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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이시하라와 일본의 右翼

  • 기사입력 : 2000-04-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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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적으로 인접한 나라는 우호적인 동반 발전보다 지배와 피지배의 갈등
    과 불화로 점철된 역사가 주류를 이룬다. 그것은 문명이동에 따른 순리다.
    문명이란 물처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전파 수용과정을 거치면서 충돌
    이 일어나게 된다.

    독일과 폴란드나 한·일 양국 관계가 좋은 예다. 여기에 민족이나 종교
    의 이질적 요소가 첨가되면 관계는 더욱 악화되고 대립기간도 끝없이 길어
    진다. 어느 나라건 민족적이고 국수적인 사고가 적당히 작용하는 것은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치면 문제다. 지금 일본이 그렇
    다. 1997년 1월 일본의 대표적 우파 학자들이 모여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
    는 모임"을 설립했다. 그들은 일본 고유의 역사, 문명을 강조하며 일본의
    전쟁 책임을 인정하는 기존의 역사관을 자학사관이라 비난하면서 일본 역
    사 교육의 근본적 개혁을 기치로 내걸었다. 극우와 군국주의의 망령에 빠
    져 극단적인 대화혼(大和魂)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로 자유주의 사관 연구회
    를 발족했던 후지오카 노부카스(藤岡信勝) 동경대 교수와 전쟁을 정당화한
    만화 전쟁론의 저자 고바야시(小林)등이 핵심 멤버들이다. 여기에 야만과
    잔혹성의 극치를 보였던 난징 대학살 사건을 20세기 최대의 거짓말이라며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우익의 대표적 인물인 이시하라(石原愼太郞) 도
    쿄도 지사도 빠질 수 없다.

    그의 망언은 좌충우돌이다. 북한이 허튼짓 하면 한방에 궤멸시키겠다는
    북폭 발언에서 한국인과 대만인을 범죄시한 제3국인 발언, 일본을 위협하
    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쪼개야 한다는 중국 분할 발언 등 끝이 없다. 미
    국 타임지와 인터뷰에서는 일본 패전 후 한국인과 대만 출신 중국인이 강도
    짓을 했다며 제3국인 발언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해 감정을 있는대로 자극시
    키더니 그것도 모자라 지나(支那)니 조선 등 일제시대 사용하던 용어를 다
    시 사용하면서 비위를 거슬리게 했다.

    도대체 일본 민족이 얼마나 우수한 인자를 지니고 있는지 몰라도 여타 민
    족을 철저히 경멸하는 못된 사고가 일본 열도에 팽배해 있다는 사실에 불쾌
    감을 금할 수 없다. 정신착란적 내지 광신적 극우 정치인이 유권자들의 압
    도적 지지를 받아 지사가 되었고 망언을 할 때마다 그의 지지율은 상승곡선
    을 탄다는 데서 일본인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다. 과거를 의도적으로 왜곡
    하는 그의 신념과 인식은 어쩌면 일본 우익들의 주의주장을 대신하여 향후
    군사대국화를 겨냥한 위험한 행보의 기수로서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은 안타깝게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60%
    이상의 지지율을 얻었고 심지어 대외정책에서 일본인들의 열망을 수용하지
    못하는 집권 자민당 대신에 강력한 일본 건설의 대표 주자로 이시하라가 적
    격이라는 주장까지 대두된 것에서, 그리고 이웃나라에 유감을 표해도 사과
    는 할 수 없다는 뻔뻔함과 쏟아지는 격려 속에 기고 만장하는 태도에서 심
    각성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젊은 세대는 일본의 침략사를 모르고 오늘날 국제관계의 근원과
    문제점에 대한 인식도 크게 부족하다. 그들은 경제 대국이 되어 국제사회에
    서 물질적으로 많은 기여를 하면서도 이웃 민족들과 갈등관계에 자주 휘말
    리는 원인을 알지 못한다. 때문에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의 공식화와 기
    미가요의 국가화 등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향수에 젖어 재무장을 금지한 평
    화 헌법의 개정 움직임에도 적극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토양속
    에서 성장한 편협된 사고가 보편화 되어지면 이시하라류의 인물은 계속 등
    장할 것이다. 이웃나라와 친선 우의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천왕제 국가
    의 우월성과 일본 열도의 팽창론만 강조될 위험이 있다.
    냉엄한 국제질서 속에서 일방적으로 국력의 우위에 주눅이 들어 손놓고 바
    라만 볼 계제는 아니다. 경계의 대상이 아니라 망언의 책임을 추궁하는 견
    제가 뒤따라야 할 때다. 일본은 "과거에 눈감은 자는 궁극적으로 현재에 맹
    목이 되고 만다"는 독일 前대통령 바이츠제커의 말을 되새겨야 한다. 피해
    당사국들도 이제는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조정기(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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