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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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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경남도德性은 미래에도 존재할까

  • 기사입력 : 2000-08-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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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사회에도 ‘도덕’은 필요한가? 농경사회의 전통적 가치관으로 인간
    사회를 지배했던 ‘道德律’이 미래사회에도 가능할 것인가. 개성을 바탕으
    로한 창의적인 인간을 강조하면서도 가정파괴의 비관적 현실속에 살고 있
    는 우리에게는 심각한 의문부호다. 늘어나는 가정의 해체, 그속에서 상처받
    는 가족들의 인격 파괴현상은 결국 인간사회의 파괴로 이어질 것이 아닌가
    하는 기우를 갖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미래사회에 도덕은 존재 가치를 잃
    을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도덕성’이 미래사회의 리더십이 될 것이라는 점이
    다. 미국의 사회학자이며 미래학자인 폴 케네디는 한때 일본이 미래사회 지
    구촌의 리더가 되려는 야심에 대해 “일본은 도덕성이 없는 나라로 리더가
    될 수 없다”고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사회가 쪼개지고 개별화될수록 그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체에게는 더 큰 도덕성을 요구받는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많은 미래학자들은 견해를 같이한다.

    농경사회의 가치관이기도 했던 도덕이 산업의 발달로 돈의 위력에 잠시
    빛을 잃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 아니다. 미래학자들이 말
    하는 도덕성은 동양사상의 ‘道德律’과는 다르다. 사상적 의미의 도덕은
    인간에게 책임과 의무만 지웠을 뿐이나 미래의 리더십으로서 도덕성은 ‘사
    랑’을 포함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과 개성을 존중하는 바탕에서 사랑이
    자리잡는 인류사회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미래사회의 도덕성은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정보와 통신의
    발달로 기존 가치관은 빛을 잃고 신세대의 방종은 계속돼도 기성세대는 세
    태의 변화려니하고 방임하고 있다. 폭력과 성도덕이 문란해지고 범죄와 비
    리가 만연되고 있지만 시대조류 쯤으로 여기고 순응하는 모습이다. 사회가
    더욱 혼돈의 상황으로 변화하고 이념이나 가치관이 없어진다면 결국 어디
    서 가치관을 찾아야 하는가.

    ‘제3의 물결’의 저자인 앨빈 토플러는 ‘미래사회에 있어 가정의 중요
    성’을 강조했다. 가정이 파괴되고 있는 오늘날의 현상과는 거리가 먼 이야
    기다. 그러나 가정파괴가 다반사인 지금, 우리 삶속에서 미래의 비전은 고
    사하고 삶의 의미조차 발견하기 어렵다. 궁극적으로 가정이 파괴되고 인간
    이 살아남을 수는 없는 것이다. 가정을 지탱하는 힘은 그렇다면 무엇인가.
    그것은 가족간의 사랑이다. 사랑이 있는 가정, 가족간에 책임과 의무, 도덕
    성을 바탕으로 하는 환경을 의미한다.

    광주의 한 파출소 여소장이 그의 장성한 딸에의해 쇠고랑을 찼다. 간통혐
    의다. 딸이 인터넷을 통해 만천하에 공개한 내용은 어머니가 가족의 만류
    와 간청에도 불구하고 자기만의 인생과 ‘권력’을 향유하려고 불륜에 빠졌
    다는 것이다. 어머니이기를 거부하고 아내와 며느리이기를 거부한 그의 삶
    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네티즌의 찬반 논쟁속에 이 시대의 가
    치관이 조명되는 중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가족중에 자기만의 삶을 강조
    하다보면 가정의 해체는 불가피한 일이고, 그 이후에는 어느 누구도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없고 방황하며 후회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파출
    소장이란 직책은 작지만 사회적 리더의 자리다. 그 자리에는 걸맞은 도덕성
    이 요구된다. 자기만의 삶을 위해 가정이 파괴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
    기면서 어떻게 지역민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공인으로서의 책무를 수
    행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그러한 자격이 주어질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
    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리더의 책임은 어느 곳에서나 요구된다. 이 시대 마지
    막 양심의 보루라고 자처하는 사법부도 예외일 수 없다. “판사에게도 이
    시대를 향유할 권리가 있다”는 뜨거운 논쟁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참
    판사 부인이 유흥업소에서 놀아난 남편을 고발하면서 촉발됐다. 판사도 무
    허가 술집에서 즐길 권리가 있다는 주장은 판사의 양심과 도덕성을 무시한
    주장이다.

    다행히 주인공은 아내의 고발에 순종했다. 비슷한 사건으로 자기변명에 급
    급했던 386세대의 광주 술집 논쟁에 비하면 참으로 신선하고 감동적이다.
    이 시대의 도덕성을 바로잡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아내와 남편이 있기에 우리
    의 미래는 밝다는 느낌이 든다. 건강한 가정의 한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그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따지고 보면 판사가 저지른 행위는 부도덕한 것이지만, 자기 잘못을 고백
    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지위가 높을수록 지켜야할 도덕성, 가진자로
    서의 책임감이 고백속에 담겨있다. 그것이 이 시대 우리가 요구하는 가치관
    이자 미래의 리더십이다. 미래의 리더십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
    다. 강한 책임감과 도덕성을 가질때 가능한 일이다. 그러면서도 그 주체의
    가정에 사랑이 있고 회개가 있을 때 사람들을 감동시킨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성재효 논설위원 jsung49@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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