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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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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李고문의 ‘大權’발언

  • 기사입력 : 2000-08-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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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 최고위원에 출마한 李仁濟상임고문이 그저께 충북·충남지역 최고
    위원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충청도에서도 탁월한 지도자가 나온다면 대통령
    이 될 수 있으며 다음 대선에서 한나라당 李會昌총재와 1대1로 맞붙을 때
    압도적 승리를 자신한다”고 주장함으로써 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
    다. 그의 발언은 “8.30 전당대회는 대권·당권과 무관하다”고 못을 박은
    金大中대통령의 뜻에 정면 배치될뿐만 아니라 내심 차기 대선을 노리는 여
    타 후보들의 반발을 초래하기에 족하다. 그는 또 “다음 대선에서 李會昌총
    재와 한나라당에 맞서 그들의 기를 꺾어 놓고야 말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는 왜 이처럼 민감한 이야기를 서슴없이 내뱉었을까. 여기에는 일찌감치
    자신을 여권의 차기 대선후보로 인식시키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즉, ‘이인제 대세론’을 널리 확산시키려는 전략적 차원에서의 발언
    임을 능히 짐작할 수가 있다.

    문제는 그의 발언이 여권의 분열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레임덕 현상을 촉
    진시킬뿐만 아니라 ‘충청도 대통령론’은 또다른 지역색을 조장하게 된다
    는 점이다. 그가 자신의 출신지인 충청도에서 지역민들에게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던진 말을 두고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을 것이란 견해를 피력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차기 도전의 확실한 발판으로 만들기 위한
    승부수를 이번 경선을 통해 텃밭인 충청지역에서 띄운 것”이란 李고문 측
    근의 말에서도 확인되듯이 그의 이러한 발언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계
    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여권내의 심각한 투쟁양상을 불러오게 된
    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와 최다 득표전을 벌이고 있는 韓和甲
    지도위원은 “경선은 대권·당권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최고위원을 뽑는
    절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그의 발언 의미를 일축하면서도 필요
    이상으로 파문이 커져가는 것을 경계하는 한편 내심 李고문의 말을 못마땅
    해하는 눈치다.

    지금 우리는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남북관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일과, 각계각층의 구조개혁을 차질없이 진행함으로써 나라경제의 체질을 강
    화해야하는 현실에 처해 있다. 그러려면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이 그 어
    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요청되며 정·관계 지도층들의 책임완수가 필수적이
    라 하겠다. 이러한 중요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특정인의 ‘自家發
    電的 플레이’가 계속된다면 결국 여권 대선후보 조기가시화론이 고개를
    들 것이며 차기 주자를 꿈꾸는 정치인들 간의 투쟁이 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급속도로 통치권 누수현상을 초래할 것이며 결국 어
    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李고문
    은 ‘李仁濟 대통령후보 대세론’ 등 투쟁과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을 일절
    삼가는 것이 옳다. 이것은 대선후보를 꿈꾸는 자로서 향후 여타 주자들과
    의 공정한 게임을 시행하기 위해서라도 마땅히 지켜야 할 룰임과 동시에 견
    지해야 할 마음자세라고 본다.

    차기 지도자는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의 신망을 받지 못하면 당선되기 힘
    들 것이다. 예를들어 순간순간의 상황에 따라 말바꾸기를 한다든가, 합의
    된 절차를 무시하는 행위를 하거나 실행되기 힘든 약속을 하는 자에게는 유
    권자들이 표를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특히 민주적 리더십
    과 도덕적 청렴성을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렇게 볼 때 스스로 목청 높여 자신을 자랑하거나 내세우기보다는 묵묵히 맡
    겨진 일을 수행해 나가면서 행동으로 실천하는 지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유권자들이 바라는 지도자로서의 덕목은 윤리적 깨끗함과 도덕성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이고도 강력한 지도력이라고 확신한다.

    따라서 차기를 꿈꾸는 정치인들은 공허한 목소리로 떠벌리려하지 말고 우
    선 국민들에게 믿음을 심는 일을 먼저 해 나가야 할 것이다. 대결의 정치판
    을 누그러뜨리는 화해의 메신저 역할을 하고, 국민의 삶을 우선시하는 민생
    정치 실현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뜻이다. 여야 相生을 도모하는 선진정치
    의 기틀을 쌓으려는 노력 또한 병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아직도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특정지역 정서에 기대려 하거나 음모와 야합을 통한 목적
    달성을 시도할 경우, 이제 이같은 술수에 속아넘어갈 국민들은 아무도 없다
    는 사실을 李仁濟고문뿐만 아니라 차기를 희망하는 대선주자 모두가 명심
    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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