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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노인 자살자 1위인 나라

  • 기사입력 : 2005-05-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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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진숙 (논설주간)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노인 자살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금할 수가 없다. 지난 2003년 한해에 65세이상 노인 2천760명이 자살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노인 10만명을 기준으로 할 때 7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가장 적게 나타난 호주의 10명에 비해 무려 7배가 넘는다. 일본의 32명과 비교해도 두 배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난 10년간 노인 자살자가 세 배이상 늘어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급속한 증가속도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의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하고 미약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사실 우리나라만큼 산업화와 이것으로 인한 핵가족화가 빠르게 진행된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노인들이 누구인가. 헐벗고 굶주리며 허덕이던 보릿고개를 피와 땀으로 뛰어넘어 오늘날 우리가 이처럼 풍요를 구가할 수 있도록 한 주인공이 아니던가. 한 마디로 세계속에 우뚝 선 오늘의 한국을 탄생시킨 가장 큰 공로자인 것이다.

        그런데도 제대로 대접받기는커녕 사회의 무관심과 냉대속에 내던져지고 있는 것이다. 늙고 병들어 몸을 가누기도 힘들고 자녀들이 있기는 하지만 각자 제 살기에 바빠 얼굴조차 보기 힘들다. 경제력 없는 부모를 자녀들은 서로 모시기를 꺼린다.

        부부가 함께 생존해 있는 노인들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짝을 먼저 보내고 홀로 남은 경우. 비탄과 외로움에 젖어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자녀들과 함께 사는 노인에 비해 홀로 사는 노인들의 자살률이 세 곱절 높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점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현재 전체 노인들의 절반 이상이 자녀들과 떨어져 생활하고 있으며. 그 수는 해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하니 노인 자살률은 더욱더 높아질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제 노인복지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 아무리 선진사회 진입을 부르짖더라도 노인복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그 외침은 한갓 빈 메아리 소리로 들릴 뿐이다.

        현재. 치매를 장애로 규정하고 노인에 대한 실태조사를 5년마다 실시하면서 기초자치단체에서 ‘치매상담센터’를 설치토록 하는 것과. 노인 일자리 관련 전담기구 설치운영에 관한 것. 65세이상 노인들에게는 국민연금을 지급하고 각종 연금에서 제외된 노인들의 경우 경로연금으로 대신하며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비전문노인요양시설’을 지자체가 운영하는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노인복지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어 그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활보호대상권에 있는 노인들에 대한 명실상부한 복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극빈계층에 속하는 노인들이 아닌가. 이들이 생활과 질병치료에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고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정부가 각 지역마다 종합복지센터를 충분히 건립해 운영해 나가야 한다.

        비슷한 연령층들의 노인들이 함께 생활한다면 서로 대화하고 의지할 수가 있다. 그리고 각자 몸에 알맞은 운동도 함께 하면서 건강을 다져 나간다면 외로움에 젖어들 시간이 없다.

        노인 자살자 1위란 불명예를 씻어내려면 개인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국가와 지자체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해결해 주는 복지국가는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노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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