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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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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 솔바람소리

  • 기사입력 : 2008-10-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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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고재종

    저 시린 가을물소리

    어느 땡초의 목탁소리보단 가을물소리

    산 아래 백리까지 끝까지

    일거에 화안히 트이는 가을물소리

    바람도, 바람도 드맑게 울려나서는

    계곡에 들국 마구 터뜨릴 때 가을물소리

    내 어느 날 지친 꿈 세상에 던져주고

    저기 저만큼 억새꽃 하나로나 흔들릴 때

    내 어디 높고 깊은 곳에서도 가을물소리

    물소리보단 서러운 솔바람소리

    ☞소리는 문이다. ‘물소리’나‘ 솔바람소리’는 인간이 인간다움을 찾아가는 문이다. 화자의 ‘가을 물소리’는 무엇보다 시려서 웬만한 수도자의 구도적 행위보다 진실하다. 하여 그 섭리는 지상을 ‘트이게’ 하는 힘이 된다. 세계를 덮었던 분주하고 소란했던 무성한 잎새들을 다 지우고 나면 ‘바람도 드맑게 울려나서는’ 결국 ‘들국’을 피워올리는 게 ‘가을물소리’라는 자연의 이치다. 어느 날 존재가 억새처럼 뜨겁게 스스로를 성찰하고 그 섭리의 물소리에 조응하여 솔바람소리에 대면할 수 있다면 삶은 얼마나 숭고해질 것인가. 지금 우리에게도 가을은 와 있는가. 문희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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