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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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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생각하며 - 박구경

  • 기사입력 : 2008-12-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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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거워지는 물을 피해 두부 속으로 파고드는 미꾸리

    눈 깜짝할 사이에

    무역센터로 들어간 한 세기 초유의 증오이고 싶다

    한 사람이 또 떠나가는 의료원 앞

    숟가락을 들다가 말고

    바글바글,

    지난 세기를 모두 뚝배기에 섞어 넣고

    밤새도록 온 우주로 알 수 없는 신호를 띄워 보내는

    텔레비전

    한 세기를 괴로워하다 두부 속에 파고든 미꾸리의 생각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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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는 세 개의 시적 상황으로 결합되어 있다. “뜨거워지는 물을 피해 두부 속으로 파고드는 미꾸리”와 “눈 깜짝할 사이에 무역센터로 들어간 한 세기 초유의 증오”와 “한 사람이 또 떠나가는 의료원”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 객관적 상황을 주관적 상황으로 바꾸어내는, 곧 세계를 자아화하는 주체는 말할 것도 없이 “한 사람이 또 떠나가는 의료원 앞” 어디 추탕 집쯤에서 “숟가락을 들다가 말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시인의 시적 자아다. 이것이 바로 시의 서정화의 원리다. 이 원리를 시인은 터득하고 있다는 것인데, 물론 세계와 자아를 동일화하는 이 서정성은 세계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서 비롯한다.

    이 시에서 여러 상황과 시간들을 주관화, 또는 현재화하는 물리적 매개체는 ‘텔레비전’이지만 심리적 매개체는 세계의 문제를 자아의 문제로 인식하는 서정성이다. 단순하지 않는 세계의 문제를 “뜨거워지는 물을 피해 두부 속으로 파고드는 미꾸리”로 서정화해 내는 그의 시적 진보가 놀랍다. -오인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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