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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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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양사 편력 1·2- 시대의 거울 ‘역사’ 통해 우리 사회 비춰보기

고대부터 중세·근대·현대까지
99개 에피소드로 서양사 한눈에

  • 기사입력 : 2014-12-3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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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0년에 그려진 <거울 앞에서>는 19세기 말 전신거울이 확산되며 자아도취 감정이 고조되던 세태의 단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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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력 중의 권력이자, 왕위 계승 서열 1위(찰스 2세의 뒤를 이어 제임스 1세로 즉위)인 왕의 동생에게 ‘나의 실명이 하늘의 벌이라면, 당신 아버지는 얼마나 큰 천벌을 받았기에 처형장에서 목이 잘렸겠느냐’고 반문하는, 권력 앞에 굴종하지 않고 당당했던 17세기 영국의 시인 존 밀턴의 기개는, 21세기 대한민국 정치판의 졸장부들과 확연히 비교된다.

    #2. 1596년 여름, 네덜란드의 상인 빌렘 바렌츠가 북극항로 개설에 나섰다. 어느 누구의 지원도 받지 못해 열악한 항해였다. 설상가상 항해 도중 빙하에 갇히게 됐다. 식량 부족으로 17명의 선원 중 8명이 굶어죽었다. 다행히 빙하가 녹아 살아남은 선원들은 배를 돌려 네덜란드로 돌아갔다. 그러나 다시 항해를 시작한 지 일주일 후 결국 선장 바렌츠도 먹지 못해 사망했다. 배에는 러시아 시베리아의 고객들에게 배달할 식량과 모포 등 무역상품들이 가득 실려 있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화물에 손대지 않았다. 굶어 죽을망정 고객의 화물은 손대면 안 된다는 상인정신을 지킨 것이다. 돈 되는 일이면 먹을 것으로 장난치는 일도 주저 않고 자행하는 오늘날의 눈으로 보면 어리석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바렌츠 일행의 정직과 신용 덕분에 17세기는 네덜란드의 세기가 될 수 있었다.

    #3. 프랑스 제5공화국을 건설한 드골 대통령의 퍼스트레이디 이본 드골(1900~1979)은 가톨릭 기숙학교에 다니던 여학생 시절 목욕할 때면 반드시 망토를 걸쳐야 했다. 목욕 중 자신의 알몸을 볼 수 없도록 한 학교 규칙 때문이었다. 몸단장 도구인 거울도 마음대로 볼 수 없었다. 여자들은 행상인들이 팔던 작은 손거울로 얼굴만 비춰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100년 전 프랑스는 그랬다. 처녀 아이가 알몸을 거울에 비춰 보는 것을 금지하는 규범이 자리 잡고 있었다. 육체를 영혼의 감옥으로 보던 오랜 그리스도교 전통 때문이었다. 거리마다 해변마다 노출이 넘쳐나는 오늘날의 눈으로 보면 완연한 별천지 자체다.

    이 책을 읽으면 그동안 학교에서 배운 세계사는 시험용이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왜 역사는 재미가 없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역사도 재미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세계사를 접할 수 있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나를 깨우는 서양사 시간 여행 99장면 ‘나의 서양사 편력’(1: 고대에서 근대까지, 2: 근대에서 현대까지)은 고대, 중세, 근대, 현대의 시대순으로 구성돼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의 현실을 비춰주는 거울이 될 만한 서양사의 94개 장면들을 모았다. 여기에 저자가 오랜 기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 주제인 존 밀턴에 관한 5편의 글을 한데 모아 별도로 편성했다. 모두 99개의 글이다.

    저자는 역사책을 읽는 것은 즐거운 시간 여행이자 역사는 거울이라고 말한다. 새 로마를 건설한다고 옛 로마를 파괴했듯이 현재의 서울도 재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역사 도시 서울을 파괴한다고 경고한다.

    박상익 저, 푸른역사 간, 각 1만5000원

    김용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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