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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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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획취재] 경남에 독립·예술영화를! (1) 독립·예술영화 없는 경남

스크린 수 전국 4위에도 ‘볼 권리 없어진’ 도민들
스크린 137개 중 예술영화 전용 없어
영화상영 편수도 서울의 1/4 수준

  • 기사입력 : 2015-11-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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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흥, 피카디리, 강남, 중앙, 동아… 1980~1990년대 마산에 즐비했던 영화관.

    그래서 성윤석 시인은 첫 시집 제목으로 ‘극장이 너무 많은 우리 동네’를 택했다. 시집의 제목처럼 당시 많은 극장과 스크린은 영화의 다양성을 담보했다. 극장끼리 겹치는 영화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관이 즐비했던 마산합포구를 비롯한 경남에는 멀티플렉스의 등장으로 스크린은 전국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많아졌지만 그 스크린 수는 경남도민에 다양한 영화를 볼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도민들은 몇몇 영화에만 노출돼 다양한 영화를 접하는 것이 어렵다.

    이번 기획에서는 5회에 걸쳐 독립예술영화를 보기 어려운 경남의 현실과 문제점, 독립·예술 영화의 가치를 짚고, 국내외 독립예술영화관 사례와 영화 다양성을 위한 방안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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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합포구에 있던 연흥극장.
    경남은 영화 다양성이 실종된 곳이다. 독립·예술영화를 상설적으로 상영하는 곳이 현재 없으며, 비상설적으로 상영하는 곳도 손에 꼽는다. 마산 창동예술촌 내 SO극장을 리모델링한 ‘에스빠스 리좀’의 개관을 앞두고 있으나, 1개의 예술영화 스크린이 생기더라도 137개의 스크린에 비하면 부족한 실정이다. 다양성을 잃은 경남 영화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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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합포구에 있던 시민극장./마산영화100년/

    ◆영화 다양성 없는 경남

    경남은 8일 기준으로 상영관 수 22개, 스크린 수 137개, 좌석 수 2만2866개를 갖고 있다. 경기와 서울, 부산, 다음에 이어 전국 시·도 네 번째로 스크린 수와 좌석 수가 많고 상영관은 대구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다. 하지만 규모와 다르게 상영되는 영화의 수는 340편으로, 서울 상영편수(1316편)의 4분의 1 수준이며, 비슷한 스크린 수와 좌석 수를 지닌 대구(609편), 인천(558편)과 비교해도 현저히 적다. 특히 지난해보다 올해 편수의 격차가 늘어난 것은 거제아트시네마의 폐관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상영편수는 차이가 나는데 비해 전체 관객점유율은 경남 5.2%(967만1143명), 대구 5.7%(1066만9734명), 인천 4.9%(917만2320명)으로 비슷하다. 영화상영편 수는 인천이 200편 이상 많음에도 관객 수는 경남이 더 많다. 경남도민의 영화 선택의 폭이 더 좁은 가운데서 영화는 더 많이 본 셈이다. 몇몇 영화에 관객의 쏠림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증명한다. 영화전문가들은 밴드왜건 효과 (Band-wagon effect : 어떤 재화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 다른 사람들도 그 경향에 따라 해당 재화의 수요를 더 증가시키는 효과)가 강한 한국사회에서, 영화를 한 편 볼 때, 자신의 문화적 취향이 분명하지 않으면 남을 따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거대 미디어기업들에 의한 왜곡된 영화 시장이 잘 되는 몇 편만 남기는 구조가 되면서 심화된 것이다. 특히 경남에서는 예술영화전용관의 부재가 이어져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된 점이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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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 지원’ 적은 정부와 지자체

    독립·예술영화를 상설적으로 볼 수 있는 전국의 상영관 가운데 경남에 위치한 곳은 현재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지난해 거의 유일한 관람지원에 해당하는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의 선정기준에 관람객 점유율, 관객수 및 매출 등을 넣으면서 경남 유일의 예술영화전용관이던 거제아트시네마가 2014년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에서 탈락했고 곧 폐관으로 이어졌다. 매년 5000만원가량 받던 지원금이 한 번에 끊겼기 때문이다. 이곳은 2011년 개관 이후 2000편 이상의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해오며 정부와 지자체 대신 공익적 역할을 해오던 곳이었다.

    지난 7월에는 극장에 지원하던 기존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을 ‘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사업’으로 변경했다. 이 사업은 영진위가 위탁업체를 선정해 한국 예술영화 48편을 고르게 한 다음, 이 영화들을 상영하는 영화관만 지원금을 주는 것이다. 영화관의 좌석 수도 70석 이상이어야 하며, 상영시간도 황금시간으로 정했다. 영화의 다양성을 늘리자는 취지와는 달리 골라주는 영화를 강제로 상영하게 만들면서 영화인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지자체에서도 주로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지역 알리기를 위한 영화 촬영지를 알려주는 ‘로케이션 사업’이 주가 되고, 독립영화상영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일 년에 한두 번, 3일가량씩 열려 미미한 수준이다.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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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승환 독립영화전용관 확대 시민모임 대표

    "다양한 영화 볼 수 있는 공간 필요"

    -경남에 예술영화,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전용관이 없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젊은이들이 도시를 떠나는 것은 도시와 지역간 문화격차도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다양한 문화를 접하기를 기대하는데, 지역에서는 문화적으로 풍부하게 산다고 느끼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수도권과 개봉영화의 격차가 심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확연하다. 아이들의 경우 더 박탈감이 심하다. 따라서 다양한 영화에 대한 접근성이 낮다는 것은 부정적으로 작동한다. 작은 도시일수록 문화적으로 풍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지자체 차원에서도 ‘관객에 대한 관람 지원’이 적고, 특히 최근 영진위의 전용관 지원사업은 영화 다양성의 폭을 줄인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정부의 ‘작은 영화관사업’은 외국에서 볼 때도 혁신적인 정책이다. 지역의 새 건물에 영화관을 만들어주고, 관람료도 적게 받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지역 간 문화격차 해소와 문화복지라는 측면에서 만들어지는데, 영화판매 공간으로서만 접근하고 아직까지 그 지역민이 어떤 영화를 보고 싶어 하고, 어떻게 모일 수 있을지와 같은 ‘커뮤니티 공간’으로 생각하는 경우는 없다. 이 같은 공간에 대한 몰이해는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사업을 폐지하고 유통배급지원을 하는 데서도 드러난다. 독립·예술영화관은 일종의 영상도서관이라고 생각한다. 영진위의 새 예술영화유통배급 정책은 도서관을 없애고 매년 우수도서 100권을 선정해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쇼핑센터에 비치해두고 빌려보게 하겠다는 것과 같다. 책이나 영화는 접근성과 더 많은 책을 빌려보는 게 운영지원의 근거가 돼서는 안되지 않나. 그 공간만이 가지는 의미가 있다. 보고 싶은 것은 신청해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그 공간을 영화 마니아만이 가서 보는 걸로 그치지 않고, 방과후 교육, 학교 특별활동 때와 같은 시간을 통해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다양한 영화관과 영화가 있다는 것을 경험해 문화적 소양을 계발할 필요가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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