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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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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획취재] 경남에 독립·예술영화를! (5) 경남에 독립·예술영화 볼 권리를

개관 앞둔 ‘시네아트 리좀’ 다양성 영화 산실로 만들자
내달 초 마산합포구 창동에 도내 유일 전용관 문 열어
사비로 45석 영화관·카페·갤러리·게스트하우스 설립

  • 기사입력 : 2015-11-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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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좀(Rhizome)’은 땅속으로 뻗어나가는 뿌리줄기를 가리키는 생물학 용어에서 나온 말이다.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와 가타리가 저서 ‘천개의 고원’에서 리좀을 철학적으로 사용하며 접속이 우발적으로 자유롭게, 다양하게 이어지는 성질을 포함한다고 규정했다. 이 개념을 현실, 우리 가까이에 구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마산 창동 예술촌 내 ‘시네아트 리좀’이 내달 개관을 앞두고 있다. 영화 다양성을 지키는, 공공성을 띠는 일을 민간에서 나서서 하는 것이다.

    리좀은 거제아트시네마의 ‘도내 유일 예술영화전용관’의 수식어를 물려받았을 뿐 아니라 영사기기인 HD캠도 물려받음으로써 시민들에 좋은 영화를 상영할 임무를 부여받았다.

    지난 23일 여러 사람이 함께 이곳에 모여 고민했다. 시네아트 리좀의 미래뿐 아니라 경남도민의 다양한 영화를 볼 권리를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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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스트로 리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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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네아트 리좀

    ▲도내 유일 예술영화전용관 창동 ‘시네아트 리좀’

    “창동에 예술, 지역문화를 더 불어넣고 싶은 마음, 다양한 영화 볼 권리 찾아야 된다는 마음에 시작됐지요.”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에 도내 유일 예술영화전용관인 ‘시네아트 리좀(이하 리좀)’이 내달 초 개관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예술영화전용관이었던 거제아트시네마가 폐업한 이후, 1년 3개월 만에 경남에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상설 영화관’이 생기는 것이다.

    리좀은 비영리 문화단체 ACC프로젝트가 운영하던 창동SO극장을 리모델링한 것으로, 45석의 영화관으로 변신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ACC프로젝트는 창원시가 2억원을 들여 만들어준 SO극장을 예술인들의 연습공간과 소극장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6월 재계약 시점에 집주인과 창원시 사이에 임대료로 갈등이 생기면서 ACC프로젝트가 쫓겨날 처지가 됐다. 또한 지하 공연장과 각종 시설물들을 비용을 들여 철거할 위기에 놓이면서 이 공간을 살리기로 마음먹었다.

    ACC프로젝트는 우선 집주인과 직접 계약을 하고, 지하 공연시설은 창원시에서 장기 위탁을 받기로 했다. 사비를 털어 지하 극장을 영화관 설비 기준에 맞도록 소방시설, 진입로, 좌석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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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스트하우스 리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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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 리좀

    ACC전체 공간도 ‘에스빠스 리좀’으로 재편성했다. 지하 1층을 극장인 ‘시네아트 리좀’, 3층은 매표소·카페인 ‘비스트로 리좀’과 전시공간인 ‘갤러리 리좀’, 4층은 ‘게스트하우스 리좀’으로 구분해 이름 붙였다.

    운영을 위해서는 원래 문화사업을 하던 ACC프로젝트 이름을 따 ‘ACC프로젝트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ACC프로젝트 협동조합은 발기인 5명이 모인 ‘일반조합’과 소속직원들의 ‘직원조합’, 기존 ACC프로젝트를 후원하던 ‘후원자 조합’, 에스빠스 리좀의 문화공간을 이용할 소비자들을 위한 ‘소비자조합’, 문화공동체 일을 자발적으로 도울 사람들을 위한 ‘자원봉사자 조합’ 등 5개 세부 조합으로 나눴다.

    리좀은 관람객이 연 2만원을 내고 소비자 협동조합에 가입하면, 티켓과 음료를 할인해 주는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리좀의 상영 프로그램은 그간 하효선 대표가 프랑스에서 20년간 살면서 문화교류를 했던 경험, 상영회를 진행해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짠다. 관람료는 영화 한 편당 평일 6000원, 주말 7000원, 조합원 5000원으로 책정했다.

    하효선 대표는 “그간 상영회를 진행하면서 활발한 영화모임을 만들어보고 싶어도, 충족될 만한 ‘공간’이 없어서 쉽지 않았다. 지역 영화관이 생기는 만큼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가족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고 여기서 지역적 문제를 공유·토론하고도 싶다”며 “예술촌을 도는 데 반나절이 채 걸리지 않았는데 영화 한 편, 차 한 잔 마시면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도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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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에 위치한 도내 유일 예술영화전용관인 ‘시네아트 리좀’에서 열린 경남의 영화 다양성 위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경남의 영화 다양성 위한 좌담회

    -도내 영화 다양성 상실, 어떤가요?

    ▲이승기= 4개 영화관이 제작과 배급을 독점하다 보니 관객이 들면 스크린을 늘리고, 관객이 적으면 스크린을 줄인다. 독립·예술영화는 몇 번 상영 못 되고, 다른 영화와 번갈아 가며 상영되는 ‘퐁당퐁당’ 상영에다 시간대도 오전 일찍 1번, 밤 11시 이후 1번 등 영화보기 어려운 시간에 배당받는다.

    돈 되는 독립예술영화들은 대형배급사가 골라가니 이중고다. 당연히 상업영화라고 생각한 영화 ‘그놈이다’도 CGV아트하우스가 배급한 걸 보고 놀랐다. 이제 리좀이 생기는데, 부산 영화의 전당에 가봐도 상업영화와 독립·예술영화, 고전영화까지를 다 상영하고, 시의 든든한 지원도 받지만 이곳은 사비로 어려운 일을 시작했으니 관객들이 꼭 찾아줘야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김재한= (‘그놈이다’ 개봉정보 찾아보며) 최대 681개 관에서 상영됐다. 예전에 영화 ‘괴물’이 스크린 600개 이상을 장악했을 때 스크린 독과점 이야기가 나왔다. 보통 독립영화는 스크린 수나 제작비 등으로도 기준을 삼는데, 이걸 독립영화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매일같이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들어가서 영화관객수·스크린수, 개봉상황을 지켜보며 독립·예술영화 상영회 때 보여드릴 영화를 생각한다. CGV에서 매달 한 번씩 하던 독립예술영화 상영하는 날도 마산만 남았고 창원은 사라졌다. 사람들이 보지 않아 돈이 되질 않으니, 철수하는 것이다.

    관객들의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인지도도 낮기 때문에 처음 운영할 때는, 대중성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고, 대중을 끌어들일 공격적 마케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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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개관을 앞둔 리좀의 역할이 클 텐데요. 우려되는 부분이 많으시지요. 시민들에 알려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하효선·서익진= 모금을 통해 지은 것이 아니라 홍보가 덜 된 부분도 있는데, 예술영화전용관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후원받기가 쉽지 않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창동이라는 공간은 전국에서도 영화관이 많았다는 역사성을 띠고 있어 리좀을 도심재생콘텐츠로서도 연결시킬 수 있고, 예술촌에 예술성을 강화시키는 측면에서 출발해 볼만하다 여겼다.

    또한 연습공간이나 소극장이었을 때보다도 공간 활용도가 높을 것이다. 창동시네마데크, 창동독립영화상영회 등을 운영하면서 영화라는 매체를 갖고 시사성 있는 것들을 진행하는 것의 힘이 강력하다는 확실한 신념을 갖고 있다. 다만 홍보는 힘들 것이다. ACC프로젝트 상영회 때도 매번 지인들에 메일을 2000통씩 보내도, 관객 20명이 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정상길= 사람 모으기가 쉽지 않다. 거제아트시네마를 처음 열었을 때 할인 쿠폰을 만들어 나눠주고 몇 번은 무료상영을 해보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며칠간 사람이 거의 오질 않았다. 거제 고현인구가 17~18만이 되는데도 그랬다.

    지금 운영하는 국도가람예술관도 내년에 10년째를 맞게 되고 고정적인 관객들이 있는데도, 143석이 매진되는 것은 꿈도 못 꾼다. 한두 명 있을 때도 많다. 기다림이 필요하다. 운영비도 전기세 등을 포함하면 만만찮다. 우리도 지하이다 보니 습기가 있어, 영사시스템 메인보드가 날아갈 때가 있었는데 그 때마다 수리하는 데 800만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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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을 끌어들일 방안이 있을까요?

    ▲정은경= 여기, 이 기간에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차별성이 가장 큰 매력인데, 이것만 잘 살리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경남독립영화제를 진행하면서 관객들이 감독·배우와의 대화에서 질문의 난도는 높지 않아도, 집중해서 제대로 봤다는 걸 표현하고 싶어한다는 걸 알았다.

    3일째 그 느낌이 더욱 강했는데, 이날은 영화제 준비하는 감독님들도 가장 난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실험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상영하는 날이었는데도 관객들의 몰입도가 더 높았다. 본인 의지 없이 친구를 따라 왔는데도 즐기는 걸 보고 ‘진정 원하는 건 이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고 쉽게 다가가는 것보다 아예 완전한 마니아 층을 확대해나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한울= 먼저 독립영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독립영화제 때도 다양한 영화를 보이려 한 이유다. 독립영화가 꼭 심각한 영화도 아니고 재밌는 것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대부분 막연하게 어렵게 느끼기 때문에 독립·예술영화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이랑 상영과 맞물려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 또, 영화를 보고 나서 감독·배우들과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 독립예술영화를 보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을 직접 물어볼 수 있고, 해설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영들이 확대되길 바란다. 리좀은 시네마데크의 역할도 부여하고 싶다.

    요즘 영화 ‘이터널 선샤인’ 등의 영화 덕에 재개봉 열풍이 부는데, 우리지역에는 연흥극장에서 타이타닉을 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와 같은 추억들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획전을 하는 것도 시민을 끌어들이는 방법이다. 부산에서 열리는 ‘친구들 영화제’와 같은 지역출신 감독들의 인생 영화를 소개하는 것도 의미있다고 본다.

    -도민들에게 다양한 영화 관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하효선=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리좀에서도 프랑스 문화원과 연계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한다. 단편영화를 소개하는 방안도 생각 중인데, 따로 영화제를 기획하는 것도 있지만, 본 영화 한 편을 상영하기 전에 틀면 관람객들이 접하기 쉬울 것 같다.

    개관전은 사람들이 많이 아는 ‘칸 영화제 특별전’을 생각 중이다. 예술영화의 중심지이기도 하고, 마침 몇몇 해외작품들이 이미 국내배급사와 연결돼 있고, 국내 작품으로 칸에 초청받은 ‘무뢰한’, ‘차이나 타운’ 등도 있어 같이 묶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3층에 갤러리 리좀도 있고, 상영관도 있어 에스빠스 리좀 전체를 하나로 묶는 ‘멀티미디어 전시’를 고려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전시는 영상도 포함돼야 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갤러리는 제약이 많은데, 리좀에서는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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