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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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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획취재] 경남에 독립·예술영화를! (3) 지역과 독립·예술영화- 영국 셰필드 쇼룸워크스테이션 시네마

낡은 자동차 전시장이 도시 예술·문화 거점으로

  • 기사입력 : 2015-11-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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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은 정부 산하 조직으로 ICO(Independent Cinema Office)라는 기구가 따로 있을 정도로 독립영화의 지원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다양한 분야, 범위의 영화들을 더 많은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영국에서도 독립·예술영화를 볼 수 있는 큰 규모의 상설 영화관이 지역마다 있는 것은 아니다.

    런던에서 차로 4시간가량 떨어져 있는 셰필드. 공업도시였다 쇠퇴했지만 세계적으로 도심재생의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셰필드에는 쇼룸워크스테이션(Showroom Workstaion)이 있다. 내부에 있는 독립예술영화관, ‘쇼룸 시네마(Showroom Cinema)’는 영화를 매개로 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은 이곳을 찾아 지역 독립예술영화관의 활약상을 들었다. “20년 동안 우리는 놀라운 영화들을, 놀라운 사람들에게 보여왔습니다”고 말하는 그들은 지금을 ‘쇼타임(Show time)’이라고 일컬으며, 쇼룸 시네마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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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6년 케닝스 차 전시장 개관 모습. 리모델링을 거쳐 1995년 쇼룸워크스테이션으로 재탄생했다.

    ▲주민 요구로 세운 독립예술영화관

    1960년대 셰필드에는 독립영화관이 존재했다가 70년대 규모가 커져 세분화됐다. 그러다 재정적 어려움에 처해 문을 닫았다. 주민들이 반발해 시의회가 1988년도부터 셰필드의 영화관 재개관 준비를 시작했다. 이때 도심재생사업도 함께 진행되면서 허물려고 했던 셰필드 역 주변 1930년대 차 전시장 건물을 그대로 살려 리모델링했고, 1995년 2개의 스크린으로 영화관 문을 열었다. 3년 뒤인 1998년 2개 관을 늘렸다.

    영화관 관계자는 “셰필드 주민들에 독립예술영화는 큰 의미였던 것 같다. 독립예술영화관을 되돌려 달라는 주민들의 강력한 항의로 시의회가 지속가능한 영화관 운영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쇼룸 시네마는 1년에 350편에서 400편가량의 영화를 상영하며, 여름과 크리스마스 시즌 같은 비수기에 일부 상업영화를 상영할 뿐 90% 이상 독립예술영화를 내건다. 한국영화축제를 비롯해 호러뮤비, 어드벤처, 스포츠, 팔레스타인 영화 축제 등 다양한 영화축제가 열린다.

    영화관이 제안한 영화를 처음 관람하면 싼 가격에 티켓을 제공하는 ‘시각 넓히기(Eye- openers)’ 행사를 하는 등 새 관객 모으기에 주력하고 있다. 여러 노력에 더해져 56만명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다큐멘터리 영화제로 영화관을 찾는 이들을 제외하고도 한 해 15만명 이상이 찾는다.


    ▲차 전시장 바꾼 영화관

    쇼룸, 즉 차 전시장이었던 낡은 건물은 철거대상에서 도시의 예술·문화 거점지역으로 재탄생했다. 쇼룸워크스테이션의 중심은 영화가 상영되는 쇼룸 시네마다. 5층으로 된 이곳에는 50개가 넘는 회사·단체들이 들어와 있는데, 쇼룸 시네마가 있어 영화, 디지털, 예술 분야와 관련된 곳이 많다.

    쇼룸 워크스테이션의 수익은 1년에 300만 파운드, 한화로는 53억5000만원 정도. 영화티켓 판매와 레스토랑·카페 수익,나머지 쇼룸워크스테이션 내 공간을 예술 관련 회사나 단체에 임대해줌으로써 발생하는 수익이 각각 3분의 1 정도를 담당한다. 이 수익으로 영화관을 운영하는 덕에 재정적으로 자립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영국영화협회(BFI)와, 셰필드 시의회, 유로파 시네마에서도 예산 일부를 지원받지만, 모두 합쳐 전체 예산의 5%가량 정도다. 하지만 개관 당시 리모델링을 실시하고, 기기를 구입하면서 생긴 대출을 아직 다 갚지 못해 재정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상태라, 20주년을 맞아 실시하는 시설 개선 공사를 위한 25만 파운드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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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셰필드 지역 독립예술영화관 쇼룸 시네마가 20주년 기념 행사를 열고 있다./쇼룸워크스테이션/

    ▲지역민들의 영화활동 거점

    쇼룸 시네마는 셰필드역이 있는 시내에 위치해 아침부터 사람들로 붐볐다. 특히 셰필드 대학교(The University of Sheffield)와 셰필드 할람 대학교(Sheffield Hallam University) 건물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어 대학생들이 끊임없이 오갔다. 접근성이 좋은 쇼룸 시네마는 이곳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주민, 학생들과 영화를 매개로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셰필드 대학교와 셰필드 로보틱이 로봇에 관한 영화들을 모아 보는 ‘로보 사피엔스’가 대표적이다. 영화·예술 전공생뿐 아니라 이공계열 학생들도 영화로 미래기술에 대해 예측하고,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이번 여름, 영화촬영학교를 진행했다.

    한 달에 한 번, ‘쇼룸에서 철학하기’에서는 영화에서 추출할 수 있는 철학적 질문들을 셰필드대학교의 철학교수와 함께 토론해본다. 주제가 같은 몇 편의 영화들을 엮어 깊이 있는 영화공부를 하는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이 밖에도 매주 토요일 12시에는 1시 영화 시작 전에 가족들이 점심을 먹으면서 신나는 활동을 하는 행사와 더불어 동반 어른이 저렴한 가격에 아이들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가족 구성원 모두가 영화관을 즐길 수 있도록 짰다. 분기별로 발행하는 ‘쇼룸 시네마 가이드’에는 프로그램의 일정과 내용이 자세히 소개돼 있어 주민들이 한눈에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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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셰필드 지역 독립예술영화관 쇼룸 시네마 내부. 이 영화관은 크기가 다른 4개의 상영관이 있다.

    ▲셰필드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지난 1994년, 영화관이 문을 열기 직전에 처음 열린 셰필드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Sheffield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는 세계 3대 다큐멘터리 영화제로 손꼽히면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올해는 6월 5일부터 10일까지 열렸는데, 5일간 내내 참여하는 신청자가 3500여명이었다.

    영화제는 다큐멘터리 영화와 TV프로그램 등을 사고 파는 주요한 시장이면서 영화산업의 동향을 파악하는 대회인 동시에, 셰필드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큰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영화제 측은 셰필드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덕에 호텔과 레스토랑 등에서 매출을 올리면서 닷새동안 200만 파운드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누린다고 밝혔다.

    더 큰 효과는 영국 셰필드시의 이름이 국내외로 크게 홍보된다는 것이다. 영화제 관계자는 “셰필드 지역이 큰 문화자산을 갖고 있는 도시로, 도시 이미지를 상승시키고 시민 스스로도 자부심을 갖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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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쇼룸 시네마 CEO 이안 와일드

    "다양한 영화상영은 임무… 주민 의지·지자체 지원 중요"

    -이 지역에서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의미는.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는 것, 우리는 이것을 임무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주민들이 요구를 했고 당연히 설립 때부터의 목적이다. 다양한 영화를 보여줌으로써 문화 다양성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깐깐하게 영화를 골라 상영해도 반응이 좋지 못한 영화들이 있기도 해서 마음이 아프고, 재정적으로 어려울 때도 있지만 ‘우리의 임무이기 때문에’ 계속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할 것이다.

    -지난 6월 한국의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영화 ‘낮은 목소리’도 상영했다고 들었다. 관객들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나를 포함한 관객들이 충격을 심하게 받은 주제였다. 관객들 가운데서는 왜 우리가 이 부분에 대해 일찍 몰랐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들에게 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영화가 끝나고 변영주 감독과의 대화가 있었지만 이후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고, 이 상영을 계기로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지역민들도 있었다.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앞으로의 계획은?

    ▲공간을 더 넓혀서 상영관을 하나 더 늘리고 싶고, 노후된 시설들을 바꾸고 싶어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 측면에서는 전 유럽이나 전 세계를 대상으로 규모를 확장시켜 아이들을 위한 큰 축제를 만들어보고 싶다.

    -독립영화전용관이 없는 경남지역에 조언을 해 준다면.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하고 경남에도 생기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지역민들의 의지, 지자체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곳 사람들은 강력하게 시의회에 요구해 영화관을 쟁취했다. 시의회도 당시 전폭적인 지원을 해,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영화관이 세워지지 못했을 것이다. 셰필드보다 큰 도시인 버밍햄에도 이런 공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지역민들의 자부심도 굉장하다. 이곳도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어렵다. 쇼룸시네마도 첫해에 관람객 103명으로 시작해 지금 15만 명이 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에 처음 접하게 하는 것이 어렵지, 어떤 관객이 한 번 이 영화들을 알고 나면 더 많은 것을 경험하길 원했다. 운영을 이어가다 보면 추진력이 생길 것으로 믿는다. 일단 작은 영화관에서부터 시작해 키워나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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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셰필드 쇼룸워크스테이션 내에 있는 ‘시네마 포 올’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영화관람을 원하는 영화공동체들을 돕는 비영리조직이다.

    ☞ 쇼룸워크스테이션 속 이곳= 영화관람·영화공동체 돕는 ‘시네마 포 올’

    “영화는 집에만 있던 사람들을 불러내 지역공동체를 이루게 하는 가장 좋은 도구 아닐까요?”

    쇼룸워크스테이션에 입주하고 있는 단체들 가운데, ‘시네마 포 올(CINEMA FOR ALL)’이 있다. 이 단체는 영국필름소사이어티연합(british federation of film societies)으로, 영국 내 영화관람이 어렵거나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비영리 회사이자 자선단체다.

    자선단체이기 때문에 영화를 구매할 때 수수료가 없어 영화를 지역에 상영하고자 하는 모임인 커뮤니티 시네마들에 기존 배급사들보다 저렴하게 영화를 공급한다. 이들은 영화 상영 장소 섭외, 상영 기기 대여, 상영 서비스 교육 등 전 분야에 걸쳐 커뮤니티 시네마들의 운영을 돕는다.

    커뮤니티시네마는 꼭 자신들의 상영관을 갖고 있지 않아도 그들이 속한 지역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선정해 보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으로 영국 전역에서 활발히 생겨나고 있으며, 각각의 특색을 지니고 있다. 시네마 포 올은 한 해를 정리하며 전국 커뮤니티시네마 가운데 가장 역량이 뛰어나고 관객들과 재밌는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한 커뮤니티시네마를 선정한다. 올해는 서쪽 요크셔지방의 커뮤니티시네마 ‘미니씨네(Minicine)’가 최고의 마케팅, 출판, 프로그래밍에 이어 올해 최고 커뮤니티시네마상까지 수상했다.

    미니씨네를 5년간 운영하고 있고 10월부터 시네마 포 올에서 일하게 된 마이클 우드 씨는 “독립영화를 상영하는데 단편영화와 독립영화를 묶어 상영하는 방식을 택했더니 호응이 높았고, 상을 받은 덕에 지역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모임이 홍보가 많이 됐다”고 말했다.

    시네마 포 올의 지원으로 남성 자살률이 높았던 뉴캐슬의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대화를 잇는 자리를 만들어가면서 자살률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홀리 터핀(23)씨는 “영화가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면서도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볼거리이기 때문에 지원하고, 효과도 있는 듯하다”며 “매년 콘퍼런스를 개최하며 더 나은 상영·관람을 위해 자원봉사자들끼리 머리를 맞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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