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산 살인사건] 미궁 빠질 뻔한 사건 ‘DNA’가 풀었다
무학산 등산객 피살사건 피의자 6개월만에 검거대검찰청 유류품 재감정 과정서 수감 중인 40대남성 유전자 검출
- 기사입력 : 2016-05-0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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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구 미제로 남을 뻔한 ‘무학산 살인사건’의 피의자 A(47)씨가 사건 발생 189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사건은 단서가 거의 없어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을 우려가 컸지만 결정적 증거인 ‘DNA’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피의자가 지난해 10월 28일 무학산을 내려오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이 3일 공개한 폐쇄회로TV(CCTV) 영상./경남지방경찰청/
◆‘DNA’가 결정적 증거= 사건 해결의 열쇠는 대검찰청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돼 있던 피의자의 DNA였다.
경찰은 일부 목격자가 진술한 ‘검은색 계통의 옷을 입은 보통 체격의 40~50대 남성’을 용의자 인상 착의로 추정하고, 당시 무학산에 올랐던 비슷한 남성 4명을 불러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마지막 용의자로 지목된 남성을 지난 1월부터 3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여러 차례 불러 조사했다. 그러다 지난달 경찰이 이 남성에게 또 한 번 출석을 요구했으나 불응했다.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 남성을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감정을 의뢰했던 피해자의 옷, 소지품 등 유류품 17점을 대검찰청 과학수사과에 지난달 18일 재감정을 의뢰했다.
사흘 뒤 경찰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통보받았다. 피해자가 착용하고 있던 장갑에서 검출된 DNA가 대검찰청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돼 있던 A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보강증거를 수집해 수사를 벌인 끝에 A씨에게서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경찰은 A씨를 강간 등 살인, 사체은닉 등의 혐의로 검거했다.
거제에서 노부모와 살던 A씨는 지난해 10월 3일께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마산으로 와 어시장과 인근 인력시장 등을 전전했지만 마땅한 일자리는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그는 사건 당일 무학산에 올랐고, 우연히 만난 B씨를 보고 충동적으로 성폭행을 시도하려 뒤따라갔다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씨는 사건 발생 직후 창녕, 양산, 영천 등지를 배회하다 주차된 차량에서 금품을 훔친 혐의로 경북 영천경찰서에서 붙잡혀 지난 1월 5일 대구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였다.
◆사건 개요= A씨는 지난해 10월 28일 오후 1시 57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무학산 6부 능선 등산로에서 혼자 하산하던 피해자 B(당시 51세)씨를 성폭행하기 위해 뒤따라갔다가 미수에 그쳤다. A씨는 B씨가 자신의 얼굴을 본 데다 범행이 발각될 것에 불안감을 느껴 B씨를 폭행하고 목졸라 살해했다. A씨는 살해 후 범행을 감추기 위해 현장에 있던 흙과 낙엽으로 B씨의 시신을 덮는 등 은닉을 시도했다.
피해자 B씨는 10월 28일 오전 11시 30분 무학산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섰고 정오께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원계마을 폐쇄회로TV(CCTV)에 등산로에 오르는 모습이 찍혔다. 오후 1시 10분께 산 정상에 도착한 B씨는 남편에게 사진과 함께 ‘사과를 먹는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연락이 두절됐다. 남편의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은 하루 뒤인 29일 오후 3시 40분께 무학산 6~7부 능선 부근에서 숨진 B씨를 발견했다.
◆최신 수사기법까지 도입…잇따른 용의자 특정 실패= 경찰은 사건 발생 닷새 만인 11월 2일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김정완 마산동부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까지 꾸렸다. 도내 강력사건 신고보상금 중 역대 최고인 1000만원을 내걸었다. 또 창원 전역 4000여 대의 CCTV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을 분석하고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DNA 증거 21점 중 12건에서 남성 9명의 DNA를 찾아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하는 등 증거 확보에 주력했다.
경찰은 또 일부 목격자를 상대로 최면수사까지 벌여가며 용의자 인상착의 확보에 나섰고,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정보를 추적해 용의자의 동선을 파악하는 최신 수사기법까지 도입했다. 그 결과 용의자로 추정되는 몇 사람을 지목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지만 모두 용의자가 아닌 것으로 결론내렸다. 잇따른 용의자 특정 실패로 사건은 자칫 미궁에 빠질 조짐을 보였다. 증거도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해줄 시민 제보도 거의 끊겼기 때문이다.김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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