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산 살인사건] CCTV 두 번 찍힌 범인, 용의자 지목된 적 없었다
수사결과 발표… 곳곳 허점무학산 정상·마여중 부근 CCTV 범인 출현경찰, 성폭행 등 전과에도 용의자 특정 못해
- 기사입력 : 2016-05-0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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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의 무학산 살인사건 수사는 곳곳에 허점을 드러냈다. 피의자 A씨는 6개월간 계속된 수사과정에서 단 한 번도 용의선상에 오른 적이 없었다.
경찰은 수천 대에 달하는 CCTV와 블랙박스 영상 등을 분석해 사건 당일 무학산을 오른 100여명의 신원을 파악하는 등 용의자를 추적했다. 또 무학산 인근 거주자들 중 성폭력 전과자나 출소자, 독신자 4000명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했다. 통신수사 등도 광범위하게 진행했다.
마산동부경찰서 김정완 마산동부경찰서장이 사건 브리핑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건 당일 A씨는 무학산 정상 부근과 마산여중 부근 광명암 CCTV에서 두 차례 모습이 찍혔으나 용의자로 지목된 적은 없었다. 게다가 A씨는 지난 1999년과 2007년에 성폭행, 특수강도 혐의로 복역한 전과도 있었다.
경찰은 “CCTV 영상만으로는 인적사항이나 범인을 특정하기 어려웠고, 조사 대상자가 많아 근거리 거주자를 우선적으로 조사하다 보니 A씨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11차례에 걸쳐 현장감식을 했고 피해자의 유류품을 포함한 증거물 163점을 국과수에 감정의뢰를 했으나 피의자 A씨의 DNA와 관련해서는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의자 A씨의 DNA가 검출되지 않은 것은) 시료 채취 방법상의 문제가 있었다는 답변을 국과수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국과수 박기원 법생화학부장은 “긴급감정을 의뢰받아 그 매뉴얼에 따라 진행하다 보니 피의자의 유전자를 놓친 부분이 있었고, 검찰은 더 정밀한 감정으로 유전자를 확보한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검경과 합의해 더 정확한 감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만약 재감정을 하지 않아 A씨의 DNA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수사는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크다.
사건 발생 장소가 산이라는 점은 수사 장기화에 한몫을 했다. 용의자를 특정하고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거의 없었던 상황에서 경찰은 목격자 제보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목격자들은 최면수사를 통해 용의자로 보이는 남성의 인상착의를 추정했지만, 실제 피의자의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경찰은 수사본부 체제를 유지하면서 끈질기게 수사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인사발령으로 수사책임자(수사과장)를 교체한 바 있어 수사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냈고, 용의자 특정에 난항을 겪으며 수사가 장기화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글·사진= 김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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