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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31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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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한·미 FTA를 바라보는 농업인들과 나의 생각

  • 기사입력 : 2006-05-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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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만 하더라도 한·미FTA 관련 기사를 접할 때 정부는 여러 가지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밀고 나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칼로스 쌀이 들어오고 농업인들의 격렬한 시위로 하역항이 바뀌는 등의 소식을 연일 접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에서는 쌀 등 민감품목에 대해서는 예외로 하겠다면서 한발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더니 바로 엇그제부터는 정부측 인사들도 한·미FTA 강행체결 입장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소식도 접하게 된다.

      농업인들이 교육을 수강하면서 평가하는 지면에다 농업의 희망이 보이지 않아 한탄스럽다고 쓴 글을 읽을 때마다 착잡한 심정을 느낄 때가 많다. 농업인들을 교육하면서 농업인들로부터 무엇을 심어야 하느냐고 탄식하는 목소리를 매일같이 접하는 입장으로서는 쌀 등 민감품목에 대해서는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소식은 참으로 다행스럽다는 생각이다.

      어느 정도는 작목전환이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농업소득의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상당수의 농업인들에게 있어 쌀 농사는 그들의 기간산업인 셈이다. 물론 서비스 산업들이 무역장벽으로 인해 선진국가와 겨룰 수 없을 정도로 쟁력이 떨어져 있어 한·미FTA 체결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는 기회로 삼자는 말도 맞는 말인 줄 잘 알지만 농업의 경우는 공산품이나 서비스 산업과는 다른 농작물의 특수성이 있기에 참 걱정이 많은 분야이다. 기상변화에 따라 작황의 차이가 크게 달라질 뿐 아니라 똑같은 씨앗을 뿌리고 똑같은 묘종을 심어도 생산되는 농산물은 품질·크기 등에서 차이가 나고. 장기간 저장이 불가능한 등의 연유로 농사짓고 팔아먹는다는 일이 참 어려운 산업이라는 점이다.

      특히 우리 농업인들은 지난해에 평생을 믿고 의지해오던 수매제의 폐지와 공공비축제도 아래서 쌀값이 떨어지는 현실을 접하고는 불안과 절망과 탄식을 토해내고 있다. 희망과 도전. 꿈을 접는 FTA를 강행할 것이 아니라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는 대책을 세우고 농업인을 설득하여 경쟁력의 장으로 안내하는 정부의 모습이 그립다 할 것이다. 쌀 관세화 유예 이후 10년을 준비하는 농업인들에게 희망과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농업정책의 수립을 통해 우리 농업을 친환경 농업국가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으면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자세를 보일 수는 없는 것인가?

      이러한 정부의 의지에 소비자 국민들의 화답이 있을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경제계와 농협이 함께 참여하는 농촌사랑운동인 1사1촌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FTA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건이 있었다. 재계는 범국민적으로 추진하는 1사1촌운동을 추진하는 한편으로 농업인들이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한·미FTA의 조속한 체결을 촉구하는 광고를 신문에 싣고 있다. 이는 한 입에 두말하는 격이 아닐까 한다. 진정으로 한·미FTA로 인해 늘어나는 이득금의 일부를 농업 농촌에 투자하고 지원할 마음을 먹고 있는지도 차제에 묻고 싶어진다.

      한편으로 한·미FTA가 DDA(도하개발어젠다) 농업협상보다 먼저 체결되면 우리가 주장하고 있는 개도국의 지위가 물거품이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자꾸만 대통령의 임기 중에 종결하겠다고 하는 초조한 의지가 과연 진정으로 농업부문의 피해에 대해 적절한 대응책이 나올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비판과 지지의 양날 앞에서 양편의 공감있는 한·미FTA의 체결을 위해 협정발효 시 예상되는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능력을 겸비하는 정부의 리더십을 기대하는 것이다.

      때가 되면 대책을 세워 발표하겠다는 임기응변식의 소극적인 대응이 아니라 농업 농촌을 살맛나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큰 그림 속에서 농업인과 소비자. 국민이 해줄 역할을 호소하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기를 농업인들을 대신하여 바라는 바이다. 국민들을 농촌사랑운동에 참여시키는 한편으로 농정당국의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더 많은 신뢰를 확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김영길 농협창녕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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