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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공직자들 ‘대선 줄서기’ 지양해야

  • 기사입력 : 2007-07-04 09: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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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떼를 지어 다니는 도둑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초여름 새벽잠을 설치게 한다.
    고양이가 성하면 쥐들은 자취를 감추는 법인데, 어찌된 일인지 요즘 세상은 쥐와 고양이가 마치 공생이라도 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그것은 고양이들이 쥐는 잡지를 않고 손쉬운 쓰레기봉투만 물어뜯어 그 안에 먹을 것을 꺼내어 포식을 하고 주위를 더럽히고 다니다 보니. 고양이가 지나간 그 자리엔 쥐란 놈이 나타나 흩어진 먹이를 잽싸게 먹곤 한다. 아니 어떨 때는 가까이에서 고양이의 눈치를 힐끔힐끔 보면서 같이 먹기도 한다.


    이래서 사람들은 고양이만 보면 돌팔매질을 해대며 저주(詛呪)의 욕설을 퍼부으며 저 멀리 쫓아낸다.
    중국 경제의 기반을 구축한 등소평이 까만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소위 흑묘(黑猫)백묘(白猫)론으로 고양이들의 위상이 한결 높아졌었는데. 이제 배가 부른 고양이는 쥐를 잡는 자기의 본성마저 잃은 모양이다.


    변화의 시대라 그런지 정치현실도 다르지 않다.
    일부 정치인을 비롯한 소위 지도자란 사람. 지성인이란 사람들도 정도(正道)와 사도(邪道)를 혼돈(混沌)하는 경향이 비일비재함을 본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정당들의 이합집산. 대통령하겠다는 사람들. 대통령 만들겠다는 사람들. 정치인. 교수. 공직자 할 것 없이 정체성. 이념. 비전. 본분. 명분같은 것은 아예 내팽개친 모양이다.
    그저 눈앞의 이익(?)만 계산하고 모으고 모이고 줄서기에 바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최근엔 일부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들마저 대선주자 줄서기에 급급하다는 소문이고 보면. 선거 때만 되면 제사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 더 신경을 쓰는 공직자들이 많은 모양이다.


    정치인들을 비롯한 공인(公人)들이 자당의 정체성이나 직분을 등한한 채 권력의 향배에 더 관심을 갖고 쫓아다닌다면 쥐는 잡지 않고 쓰레기봉투만 뜯고 다니는 고양이와 크게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쥐잡기를 포기한 고양이가 사람들로부터 저주의 돌팔매질을 당하듯 국민들은 이들에게 질시와 경멸에 찬 눈으로 준엄한 심판을 내릴 것이라는 사실을 제발 좀 직시해 주었으면 좋겠다.


    공자는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고 했다. 곧 각자가 자기 이름대로 역할을 다하는 것이 올바른 정치라 하였다.

    임재근 (전 합천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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