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고 있는 준혁이의 모습을 외할머니가 대견한 듯 바라보고 있다.
경남은행과 경남신문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지역민에게 희망을 전하고자 ‘경남은행과 경남신문이 함께하는 희망나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지역민을 매월 1회 경남은행 사랑나눔재단이 선정하고, 경남신문은 사연을 지면에 소개한다. 사랑나눔재단은 사연의 주인공에게 200만 원의 후원금을 전달하고, 경남신문은 후원계좌를 통해 도움을 준다.
“누나가 많이 아파요. 외할머니도 아프고요. 의사가 되서 누나랑 외할머니의 병을 고쳐주고, 또 잘 돌봐주고 싶어요.”
준혁이는 소풍을 다녀온 탓인지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잠시나마 어린 가슴 한구석을 짓누르고 있는 아픔을 잊은 듯, 어디에도 아빠와 엄마가 없다는 그늘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준혁이는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외롭거나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아요. 그리고 나는 평범하다고 생각해요. 친구도 많고, 축구도 잘하고 놀기도 잘 놀아요”라고 말했다.
외할머니가 옆에 있어서일까. 애써 밝은 표정을 짓는 것 같아 안쓰럽기까지 하다.
초등학교 6학년인 준혁이는 외할머니와 누나랑 셋이 살고 있다.
준혁의 가정은 평범하지 않은 데다 외할머니는 갑상선과 척추 질환을, 하나밖에 없는 중학생인 누나는 지적장애인(3급)이다.
한참 보살핌을 받아야 할 준혁이가 오히려 가족을 보살펴줘야 하는 처지다.
준혁이 외할머니인 이동례(65) 씨는 “형편이 말이 아니다 보니 준혁이가 철이 너무 빨리 들어 ‘애늙은이’가 다 됐어요”며 혀를 찼다.
한참 떼쓰고 어리광 부릴 준혁이에게 너무 큰 짐을 지운 것이 가슴에 대못이 된 모양이다.
준혁이도 한때 아빠와 엄마가 있는 평범한 아이였다. 하지만 지난 2005년 아빠가 큰 사고를 당해 장애인(3급)이 됐고, 연이어 부모가 이혼을 했다. 잠시 엄마와 함께 살았지만, 엄마도 외할머니에게 자신과 누나를 맡기고 곁을 떠났다.
이 씨는 “살길이 막막했어요. 몸도 아픈 데다 빠듯한 살림이라 제대로 건사를 할는지 도무지 자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핏줄인 걸 어떡합니까. 다 내 업(業)이다 여기고 받아들일 수밖에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씨는 외손자들을 맡고부터 식당이며, 인근 사찰에서 품삯을 팔아야 했다.
지병이 있는 힘든 몸을 혹사시키자 몸 여기저기 탈이 나 그조차도 맘껏 하지 못했다.
이 씨는 “부모도 없이 크는 어린 것들을 생각하면 열심히 몸을 움직여야 하는데…”라며 눈물을 훔쳤다.
준혁이가 사는 집(창원시 마산합포구 성호동)은 가정위탁아동에 지원되는 정부의 도움으로 얻은 임대주택이다. 지원액이 한정돼 있어 낡은 집을 구할 수밖에 없어, 여기저기 물이 새고 바람이 제멋대로 드나든다.
수입은 매월 기초수급비 70만 원에, 외할머니가 틈틈이 품을 팔아 버는 게 전부다.
이 돈으로 월세며 공공요금, 난방비 등을 지출하고 나면 아이들에게 돌아갈 몫은 없다.
이 씨는 “애들 새옷 한 번 사 입혀 보는 게 소원이에요. 헌옷만 얻어다 입혀 친구들한테 놀림은 받지 않는지 모르겠어요”라며 “특히 준혁이 누나는 제때 치료도 해줘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씨는 애들만 남기고 자신의 딸이 행방불명됐을 때 죽음까지도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맡겨진 준혁이 남매의 초롱한 눈망울에 용기를 얻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제가 무슨 욕심이 있겠어요. 애들이 자신을 돌볼 수 있을 때까지만 지켜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준혁이의 손을 꼭 잡았다.
이문재 기자 mj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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