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홍준표 지사가 창원국가산단 혁신산단에서 현안보고를 받고 있다./경남도 제공/

“경남도와 창원시가 창원산단의 고도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LG전자가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과 부지 매매가 차이 등으로 창원산단 내 동남공단전시장에 짓기로 했던 연구복합단지(R&D센터) 건립사업을 포기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창원시와 경남도의 안일한 대기업 투자유치 전략과 대기업에 대한 산단공의 무리한 요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창원산단 내 기업과 경제관련 단체들은 경남도와 창원시가 LG전자가 복합R&D센터 건립 투자 철회의사를 밝히기 전에 선제적으로 문제점을 파악해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나서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뒷북 행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창원시는 LG전자, 산단공과 함께 지난해 8월 동남공단전시장에 연구복합단지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하면서 연구복합단지 건립사업의 행정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LG전자와 산단공이 부지 매매가 등의 차이로 논란을 빚는 과정에도 창원시는 이 문제는 LG전자와 산단공 양자간 문제라며 중재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투자유치에 최선을 다한다고 공공연히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투자협약이 박완수 시장 당시에 이뤄지고 이번 문제도 6·4지방선거를 전후해 불거지면서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지만 그렇다고 행정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창원시와 경남도는 본지가 이번 문제가 불거진 지난 6월 18일자에 이미 ‘창원 동남전시장 LG연구복합단지 건립 난항’이란 보도를 했지만, 팔짱만 끼고 있다가 LG측의 R&D센터 건립 포기의사가 공식적으로 나오자 뒤늦게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언론에서 처음 보도된 후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줄 알았는데 전혀 반응이 없다가 부지 매입금을 이미 본사에 반납하는 등 회사 차원에서 완전히 포기를 한 후에야 해결책 마련에 나서고 있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처럼 창원시와 경남도가 조기에 문제해결에 나서지 못한 것은 경남의 핵심산단인 창원산단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면서 적극인 투자유치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부족에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할 위상을 가진 산단공의 행태에 대해서는 더 큰 비난이 일고 있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창원국가산단에 입주하려는 기업을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발굴하는 등 도움을 줘도 모자랄 판에 산단공이 오히려 약속을 뒤집고 기업을 괴롭히는 행태를 보였다”는 반응이다.

사실 창원산단 내 입주기업들은 산단의 경쟁력 약화 등으로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은 채 해외나 다른 지역으로 나가려 하고 있고, 특히 주요 기업들은 R&D센터와 기획·영업 등 핵심기능을 이미 수도권 등으로 옮겨가면서 창원산단은 단순 생산기지로 전락, 투자유치를 통해 새로운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런 상태에서 LG전자의 R&D연구센터 건립 투자 의지는 창원혁신산단 조성을 위한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었지만 행정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무산 국면에 이르렀다.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