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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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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내가 주인공 (1) 역도 고성여중 유수빈

세계를 꿈꾸는 역도 소녀 “바벨은 내 운명”
초등학교 5학년 때 역도 입문
1년 만에 도 대회서 당당히 1등

  • 기사입력 : 2022-02-07 21: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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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어지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각종 행사는 물론 스포츠 일정도 취소되는 등 모두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도내 체육 선수들은 저마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묵묵히 훈련에 임하고 있다. 자신의 종목에서 최고를 꿈꾸는 경남 선수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유수빈’이라는 이름을 알리고 싶어요. 그리고 역도라고 하면 뚱뚱하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걸 깨고 싶어요.”

    키 155㎝, 몸무게 45㎏. 한눈에 보기에도 작은 그냥 보통의 어린 소녀. 보통 또래 아이들처럼 앳띤 모습을 하고 있는 그녀는 바로 역도 선수 유수빈(고성여중 3년)이다.

    유수빈이 지난달 27일 고성여중 역도관 ‘용인마루’에서 역기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수빈이 지난달 27일 고성여중 역도관 ‘용인마루’에서 역기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수빈은 대한역도연맹 2021년 전체 체급 랭킹표의 여자 45㎏ 종목에서 당당히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녀는 지난해 11월 9일 열린 제23회 전국중등부역도경기대회에서 인상 60㎏, 용상 77㎏을 들어올려 합계 137㎏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록마저도 이미 경신했다. 지난 12월 22일부터 24일까지 고성에서 열린 ‘제45회 경남역도연맹회장배 역도대회’ 여자 45㎏ 종목에서 인상 63㎏(3㎏↑), 용상 78㎏(1㎏↑)을 들어올려 합계 141㎏(4㎏↑)을 기록하면서 비공식이지만 중학생 신기록을 달성했다. 지금까지 고성여중 소속으로 활동해왔지만 올해 3월부터는 경남체육고등학교에 진학해 엘리트 전문 체육선수로서 체계적인 훈련과 지도를 받게 된다.

    지난 달 27일 오후 고성여중 역도관 ‘용인마루’에서 역도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는 유수빈을 만났다.

    유수빈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역도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래 친구들과 다른 초등학교에 놀러갔다가 이은영 코치를 만난 것이다. 이 코치는 사실 다른 친구에게 역도를 권했다고 한다. 그런데 유수빈이 친구를 따라 역도장에 가면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고. 그러나 부모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당시 키도 또래에 비해 작은데다 “여자가 무슨 역도를 한다고 그래”라면서 굉장히 화를 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한동안 그녀는 부모 모르게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 그러던 중 초등학교 6학년때 도내 초등대회에 처음 참가해 1등을 들어올렸다. 유수빈은 첫 대회에 대해 나에 대한 기록이 새로 생기고, ‘작은 체급인데 되는구나’하는 생각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그날을 회상했다. 당시 아버지도 “니가?”라는 의구심을 가졌었지만 처음으로 경기하는 영상을 보고 “한번 해봐라”고 독려해 주시면서 자랑스러워하셨다고 미소를 지었다.

    유수빈이 양쪽에 받침대를 세워두고 손가락으로 역기를 드는 것처럼 사진을 찍고 있다.
    유수빈이 양쪽에 받침대를 세워두고 손가락으로 역기를 드는 것처럼 사진을 찍고 있다.

    유수빈은 역도의 매력에 대해 “무거운 바벨을 들고 자신의 기록을 깰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앞에 있는 바벨을 보면 ‘아, 역도장에 내가 와있구나. 역도의 길로 잘 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면서 “너는 꼭 내가 들어버리겠다는 욕심이 생긴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녀 또한 슬럼프로 인해 마음 고생을 한 적이 있다. 지난 2021년 중반 컨디션의 난조로 인해 모든 것에 불만이 많았었다고 털어놓았다. 자세도 마음에 들지 않고 역도장에 있으면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고 하니 어느 정도 짐작이 됐다. 그러나 그녀는 슬럼프를 이겨내고 당당하게 자신의 기록을 깼다. 그녀는 동료, 후배와 함께 자주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극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유수빈은 이제 정든 중학교를 떠나 경남체육고등학교에 진학을 앞두고 있다.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지냈던 고성여중을 떠난다는게 섭섭하기는 하지만 경남체육고등학교에서 좋은 환경에서 운동을 하게 됐다. 한편으로는 긴장이 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며 “부상을 가장 조심하고 컨디션을 잘 유지해서 전국체전에 나가 1등해서 나의 기록을 다시한번 세우기 위해 노력하겠다. 나아가 기회가 된다면 올림픽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유수빈이라는 이름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이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열심히 해서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란다”고 수줍게 말했다.

    이은영 코치도 유수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이 코치는 처음 유수빈과 만난 날을 회상하면서 “수빈이는 운동선수가 가져야 할 끈기와 악착같은 근성이 있다. 만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떠나보내야 할 시기가 와서 섭섭하다”며 “지금까지 성실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훈련에 임해오다 보니 이렇게 훌쩍 성장했다. 그래도 실력을 인정받고 가니까 뿌듯한 마음이다. 나름 잘 성장시키고 보내니 고맙기도 하다”고 애써 눈물을 삼켰다.

    글·사진=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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