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지난 2011년에 이어 또다시 무산된 배경에는 수도권의 지역이기주의가 부정적인 여론 조성에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신공항 입지선정 막판, 경남을 중심으로 한 울산·대구·경북과 부산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자 수도권에서는 ‘국론분열’ ‘혈세낭비’ ‘신공항 무용론’ 등을 제기하며 사실상 신공항 입지 선정을 연기하거나 보류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남부권신공항 범시도민추진위원회는 신공항 입지 선정을 하루 앞둔 20일 대구상공회의소에서 발표한 대정부건의문을 통해 “일부 정치권과 지자체의 막무가내식 과열 유치경쟁과 중앙언론, 수도권 중심론자들 사이에 신공항 무용론이 일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는 흔들림 없이 공정하고 투명하며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입지를 발표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결국 또다시 백지화라는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주 수도권 일부 언론은 ‘신공항 꼭 필요한가’ ‘정권 입맛 따라 지고 뜨는 신공항’ ‘김해공항 확충 대안’ 등 항공 수요 급증에 따른 영남권 관문 공항 필요성을 무시하는 보도를 잇따라 냈다. 일부는 신공항에 대한 염원을 ‘핌피(PIMFY: Please In My Front Yard·국책시설을 가까운 곳에 유치하려는 지역이기주의)’ 현상으로 비판하며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같은 혐오시설을 패키지로 끼워 신공항 유치 지역에 보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또 정부의 무능과 지자체의 무책임으로 인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신공항 건설에 대한 지역의 열망이 뜨거운 것과는 달리, 수도권 지역과 언론에서는 지역 현실을 잘 파악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공항을 왜 또 짓나”는 냉소적인 시선을 보냈다. 특히 경남 등의 밀양 유치 주장과 부산의 가덕도 반박 등 영남권 신공항을 지역 갈등으로만 부각시켰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지자체 간 불개입 약속을 깬 부산시의 도(度) 넘은 유치경쟁이 비난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가덕도를 찾아 ‘가덕 신공항’ 지지 입장을 밝히는가 하면, 서병수 부산시장은 20일 국회까지 찾아가 기자회견을 열고 가덕도가 신공항 입지에서 탈락하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했다. 신공항 건설이라는 국책사업을 놓고 정치권과 단체장이 국론을 분열시킨다는 비아냥이 나왔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신공항과 관련된 5개 시·도지사들은 정부의 용역 결과를 수용하고 과도한 유치경쟁을 자제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라면 현장에서 지역갈등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상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