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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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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를 만나다

시들지 않는 열정으로 묵묵히 글 쓰겠습니다

  • 기사입력 : 2023-01-18 21: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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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일 오후 2시 경남신문사 1층 홀에서 ‘2023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로 등단을 인정받은 이상희(40·소설), 권영유(57·시·본명 권영미), 이종현(61·시조), 조남숙(62·수필), 최율하(23·동화) 당선자는 친구, 동료, 문인들과 함께 기쁨을 만끽했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이날 시상식을 마치고 이제는 신인 작가가 된 이들을 만나 문학의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의 심정과 포부를 들었다.

    2023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카메라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배경이 된 계단은 수필 당선작 ‘몇 초의 포옹’의 소재이기도 하다./성승건 기자/
    2023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카메라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배경이 된 계단은 수필 당선작 ‘몇 초의 포옹’의 소재이기도 하다./성승건 기자/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최율하(동화)= 여섯 살쯤 아주 큰 사건이 일어났어요. 부모님이 TV를 없앴거든요. 학교에 가면 아침마다 친구들이 드라마를 주제로 왁자지껄 떠들며 놀았지만 낄 수 없었어요. 그렇다고 가만히 있긴 싫어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직접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어요. 그것이 문학을 시작한 계기 같아요. 나중에는 글이 재밌다고 소문이 났고 ‘최 시인’이란 별명도 생겼어요. 그때의 기쁨과 자신감이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이상희(소설)= 저도 학창시절인 고등학생 때 독서의 재미에 푹 빠지며 꿈을 키웠습니다. 한 권씩 완독하는 성취감이 좋았어요. 그러다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했는데 정작 습작보다는 책을 더 많이 읽었습니다. 결혼 후 바쁘게 살 때에도 문학에 대한 그리움은 항상 마음에 남아 있었네요.

    △권영유(시)=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고 글 쓰는 걸 참 좋아해서 그런 쪽으로 꿈을 이루며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고 느꼈습니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생각해 7년 전부터 작가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조남숙(수필)= 책 읽기를 좋아했고 문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그림과 이야기에 더욱 매료되었죠.

    △이종현(시조)= 저는 우연한 계기였습니다. 아주 오래전 한 일간지 ‘독자 시조’에 투고한 작품이 심사평과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그때 당시 2700원이었던 신문 구독료보다 많은 5000원의 우체국 소액환을 받았습니다. 신문에 게재되면 투고료를 주는구나 생각하며 쓰기 시작했던 것이 어쩌면 문학을, 시조를 시작한 계기가 됐습니다.


    -5명 모두 경남에 연고지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특별히 경남신문에 응모한 이유는?

    △이상희(소설)= 섬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경남신문이라면 지역적 특색이 담긴 글을 더 따뜻하게 봐주리라 생각했습니다. 지역색을 잘 살렸다는 심사위원분들의 심사평을 보고 경남신문을 선택한 것에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최율하(동화)= 동화를 함께 공부한 한 글벗이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자였어요. 그 분이 쓴 동화를 읽었는데 굉장히 감동이었어요. 그래서 다른 해에 당선한 동화도 찾아보았는데 역시 재미있었어요. 특히 완성도가 높았어요. 개인적으로 ‘학교 가는 날’은 기존 작품의 서정적인 분위기와 달라 걱정도 됐어요. 하지만 신선한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았죠. 고민 끝에 기대를 걸고 원고를 보냈어요.

    △권영유(시)= 저는 이왕이면 한번도 안 가본 지역에서 당선해 시상식에 참여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여행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경남신문 투고를 결심했어요.

    △이종현(시조)= 사실 처음으로 신춘문예에 응모했던 201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최종심에 올랐어요. 이후부터 그 기억을 생각하며 경남신문에 꾸준히 응모했습니다.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자가 시조 문단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이유입니다.

    △조남숙(수필)= 2022년 계획이 다양한 공모전에 도전하는 것이었어요. 내 글의 객관적 시각이 궁금했거든요. 여러 차례 거절당하다 수상하게 되면 내 글이 가는 방향이 보이는 것 같아 좋았어요. 그렇게 나의 글로 문을 두드리다 보니 2023년 새해 그 문이 활짝 열렸네요.


    -당선 전화를 받았을 때 심정은?

    △이상희(소설)= 솔직히 멍했어요. 그해 당선작이 없으면 가작을 당선작으로 올린다는 공지를 본 것 같아서 ‘가작이 아니고 진짜 당선인가요?’라고 기자님께 문자를 보냈습니다. 가득했던 의문은 ‘당선입니다!’라는 답변에 말끔히 해소됐습니다.

    △최율하(동화)= 혹시 모를 당선 전화를 기다리면서 휴대폰을 진동에서 소리모드로 바꿨었어요. 그러나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는 모두 스팸전화였어요. 당선 전화를 받았을 때에는 전화기 너머의 말 속도가 느긋해 ‘무슨 자신감이지?’하고 갸우뚱했어요. 나중에 당선됐다는 말을 듣곤 마음이 너그러워졌어요. 그동안의 스팸 전화는 모두 용서해주기로 했죠.

    △조남숙(수필)= 기뻤지요. ‘2022년은 글 잔치로 가득한 한 해가 되었구나’라며 마냥 즐거웠어요. 그리고 ‘이렇게 써도 되겠구나’라는 생각도요.

    △권영유(시)= 그날도 기약 없는 연락을 기다리다 집안 대청소나 해야겠다하고 모든 창문을 활짝 열었을 때 전화가 왔어요. 처음엔 좀 얼떨떨했고, 한편으로는 바라던 신춘문예 당선이 됐다는 사실에 신기해 했어요.

    △이종현(시조)= 몇 번의 최종심 탈락이 반복되던 신춘문예였습니다. 때문에 기쁨이 배가 될줄 알았는데 막상 그렇지 않았습니다. 특별한 감흥보다도 오랫동안 꿈꾸어 온 목표가 사라져서인지 가슴이 더 허전했습니다.


    -신년호가 나오기 전까지 당선 사실을 널리 알리지 못했을 것 같은데,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종현(시조)= 아내와 자녀들에게만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격려해주시는 분께 신춘문예 당선이라고 조용히 말씀드렸습니다. 신년호 지면에서 제 이름을 확인하는 가족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행복했습니다. 사실 신년호의 심사평이 궁금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않은 작품이 당선작이 됐기 때문입니다.

    △이상희(소설)= 저는 당선 소식을 들은 당일 남편이 케이크를 사와 축하해줬어요. 그날을 시작으로 매일 가족과 축하 파티를 열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저녁 반찬을 만들거나, 배추전에 막걸리를 마실 때도 당선의 의미를 가득 담아 서로를 축하했습니다. 남편에게는 “소설가의 남편이 된 걸 축하해”, 아이들에게는 “엄마 집에서 논다고 하지 말고 소설 쓴다고 당당히 말해”라고 일러두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무감한 표정에 그저 웃음만 나왔습니다.

    △최율하(동화)= 얼른 새해가 바뀌길 기다렸어요. 하지만 올해 제 나이가 반오십이라서 이제부턴 나이 들기가 싫었어요. 그런 모순된 감정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죠. 친구들과 연말 파티하고, 한 해 동안 쓸 다이어리를 사고, 목표를 세웠죠. 특별히 작년과 다를 바는 없었어요. 하지만 작가란 꿈에 한층 가까워진 것 같아 작년보다 달달한 마음이었어요.

    △권영유(시)= 내가 전화를 제대로 받은 게 맞나, 그 사이 당선자가 바뀌면 어떡하지? 등 별별 걱정과 상상을 하면서도 뭔가 알 수 없는 설렘, 웃음 속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냈어요.

    △조남숙(수필)= 저는 평상시와 비슷했어요. 조금 달랐던 점은 그동안 써 놓은 글을 자세히 읽었다는 거예요. 이 글이 나의 폴더에서 세상으로 나갈 시간이 언제 올까라고 생각하면서요.


    -작품에 대한 소개, 숨은 이야기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상희(소설)= 섬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거친 자연환경과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온 아이였는지 내내 궁금했습니다. 그렇게 ‘펭귄 섬’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내용은 모두 픽션이지만, 그 상황에서 나는 어떤 말과 행동을 했을까? 상상하는 일은 흥미로운 작업이었습니다.

    △권영유(시)= 학창 시절 셋째 언니와 초코파이에 꽂혀 매일 밤마다 구멍가게를 들락거렸어요. 세월이 흘러 돌아보니 그때의 추억이 자꾸만 생각이 났고, 이를 시로 어떻게 쓸 수 있을까 고심할 때 우연히 레드문 사진을 보는데 ‘우와 초코파이다!’라고 외쳤어요. ‘레드문’은 그렇게 쓰여졌어요.

    △이종현(시조)= 응모할 때 괜찮다고 생각하는 작품을 제일 앞에 놓는데 예상하지 않은 작품이 당선작이 됐습니다. 이번 당선작은 일용노동자의 하루 일상을 담았습니다. 특히 일용으로 삶을 꾸려가야 하는 가장들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고단한 하루를 비관하지 않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내일을 꿈꾸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남숙(수필)= 코로나로 달라진 일상을 보내면서 광화문이라는 장소를 생각했어요. 언제부턴가 시민의 휴식처보다는 시위장소가 되어버렸지요. 광화문이라는 장소와 그 주위에 존재하는 많은 공간에 대해 생각했어요. 애틋한 젊은 날을 소환하면서 계단에 대한 사유를 쓰게 되었어요. 계단에 모여 소곤거렸던 이야기와 만남을 환영했던 잠깐의 포옹을.

    △최율하(동화)= 어릴 적에 재밌는 꿈을 꾸었어요. 교장선생님이 사채업자에게 큰돈을 빌렸는데, 그 돈을 갚지 못하자 화가 난 사채업자가 학교를 폭파시키는 내용이었죠. 그 당시 학교에 정말 가기 싫었기에 일어나서도 통쾌하고 짜릿한 느낌이 오랫동안 맴돌았죠. 저 같은 학생들이 있을 것 같아 ‘학교 가는 날’을 썼어요. 미래에는 더 이상 아이들이 학교에 안 가도 된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구상했죠. 아이러니하게도 이 동화의 결말은 결국 학교에 가는 것이지만.



    18일 오후 2시 경남신문사 1층 홀에서 ‘2023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이 열렸다./성승건 기자/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요?

    △이상희(소설)= 인간의 마음은 굉장히 복잡하고 미묘합니다. 그 미묘한 마음을 알아주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권영유(시)= 누구나 쉽게 다가가 읽힐 수 있는 밝고 재밌고 따뜻한 시를 쓰고 싶습니다.

    △이종현(시조)= 작가로 제가 쓴 글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치유가 깃든 작품을 쓰고자 합니다. 정형의 틀을 지키고 내재율로 가꾼 저 만의 시의 집을 짓겠습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오늘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작품으로 승화하여 위안을 주는 그런 작가가 되고자 합니다.

    △조남숙(수필)= 그림책과 여행, 일상을 버무려 공간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요. 내 발길이 닿았던 장소에 대한 이야기, 장소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 삶의 철학, 다양한 감성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너무 개인적이고, 과거에 묶여있거나 교훈적인 이야기는 피하려고 합니다.

    △최율하(동화)= “천천히 멀리 보고, 길고 깊게 가시길 바란다.” 제게 도움을 주신 선생님의 말씀이에요. 이처럼 글을 쓸 거예요. 사실 느릿느릿 성과를 이루기보단 전광석화처럼 빨리 훌륭한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그런 열정은 시들지 않되 묵묵히 거북이의 마음으로 글 쓰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은?

    △이상희(소설)= 다음 작품을 기대하겠다는 격려를 많이 받았습니다. 정말로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웃음) 글을 통해 저 자신이 많이 단단해졌습니다. 마음의 안정은 물론, 살아갈 힘을 얻었으니까요. 그 방법을 알고 실천할 수 있어서 정말 큰 행운입니다. 이 행운을 많은 분들이 함께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권영유(시)= 먼저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꿈도 시인이었는데 그 꿈을 내려놓고 전적으로 저를 위해 아낌없이 배려해준 은혜에 감사합니다.

    △이종현(시조)= 그동안 열심히 글을 쓰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오랫동안 시조놀이에 심취했었습니다. 이제는 아마추어가 아닌 문단에서 제 이름을 내건 작가로 살고 싶습니다. 가진 것 없기에 제 작품을 자녀들에게 문화유산으로 남겨주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조남숙(수필)= 계속해서 글을 쓰겠습니다. 나에게 글쓰기는 숙제가 아닌, 선생님이 검사할 필요 없는 일기장 같은 것이니까요. 나로 향한 글쓰기가 타인을 향한 글쓰기로 확장되면서 삶이 소박해지면 좋겠습니다.

    △최율하(동화)= 주위에서 저의 당선소감을 보곤 “왜 이렇게 고마운 사람들이 많아?” 하고 물어보셨어요. 최대한 간략히 썼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그래서 이번 신춘문예 당선자들의 소감을 읽어보니 제 글과 확연한 차이가 있더군요. 하지만 오히려 좋았어요. 이 자리를 빌어서 많은 분께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에는 다시 한 번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저에게 큰 용기를 주신 배익천, 이규희 심사위원님들 감사합니다. 한국아동문학인협회에 추천까지 해주셔서 더욱이요. 경남신문에도 항상 애정의 마음이 가득합니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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