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에서 ‘물’은 부의 상징이었다. 부자들은 자신의 돈과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앞다 투어 모자이크 바닥을 깔고 욕조와 목욕탕을 만들었다. 마당에 있는 분수에서는 물이 마구 뿜어져 나오게 해 길거리에까지 흘러넘치게 했다. 부를 자랑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공동으로 사용하던 지관(地管)을 끌어다 개인용으로 사용하기까지 했다. 물론 가난한 시민들도 물을 소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자들에 비하면 보잘 것 없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물은 공공 분수대와 사교장으로 알려진 목욕탕이 전부였다.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후계자인 티베리우스 황제 치하에서 목욕탕은 풍요를 나타내는 완벽한 상징이었다. 그런데 물은 21세기 들어서 그 권위가 더욱 막강해졌다. 봉이 김선달의 후손들이 물을 팔아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사 마시게 된 건 말할 것도 없고 우리와는 먼 곳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는 물로 인해 전쟁까지 일어나고 있다. 과히 핵전쟁 못지않은 엄청난 위력이다. 미국의 최대 곡창지역인 캘리포니아는 500년만의 극심한 가뭄으로 농산물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고, 영국 런던은 최악의 겨울홍수와 시속 180㎞에 달하는 강풍으로 최소 1조1천500억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한반도의 경우 앞으로 기온이 최대 4℃까지 상승하고 호우강도 증가로 인한 홍수와 극심한 가뭄 등 대규모 자연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물 사태는 이제 전 세계의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수돗물 사용량이 많은 국가에 속한다. 체코, 폴란드, 호주에 이어 네 번째다. 1인당 물 사용량은 연간 평균 279ℓ로 이 중 가정용이 177ℓ로 전체 사용량의 63%를 차지한다. 말 그대로 펑펑 써대고 있는 샘이다. 아무리 UN이 지정한 물 부족 국가라고 외쳐도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진짜 물이 말라봐야 알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물을 사용하는 주된 주체가 자각을 하지 않는 이상 정부의 노력만으로 물 자원을 관리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개인의 의식변화와 실천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 3월 22일은 1994년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 이다. 부의 과시용이 된 물을 맛보고 싶지 않다면, 공동 우물에서 힘들게 물을 긷고 싶지 않다면 오늘부터라도 수도꼭지를 잘 잠궈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