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꽃게- 최병철
- 기사입력 : 2017-01-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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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 최병철
장손은 섬이었다
할아버지가 펼쳐놓은 바다에 담겨 있던 당신
잠시 뭍에서 맡은 쇠 냄새만
해안선을 따라 옆으로 옆으로 맴돌고 있었다
바다의 모퉁이에 헐렁하게 용접되어 있었지만
기운 기둥을 일으켜 촘촘하게 그물을 걸고
부력으로 집안을 밀어 올렸다
뱃머리가 바다를 가를 때마다
철공소에서 대문을 만들었던 시간들이 솟구쳐 올랐다
가풍의 출입을 철대문으로 막고자 했는지 모르겠다
배를 저어갈 때 방향을 잡아 주던 어머니가
물 밑으로 가라앉고
철의 껍질에서 탈피했다
조금씩 자유로워질 때쯤
딱딱해진 가슴 위로 그물을 펼치고
휑한 구멍을 꿰매고 있었다
물때를 기다렸던 밤
팽팽한 수면을 찢고
그렁그렁 달빛이 그물에 걸려 올라왔다
바다가 심심해지면 안부가 궁금해지는 법
기다림만 키우다 통발에 자신을 가두던 당신
절단기로 섬을 해체하고
배를 수평선 바깥으로 몰아 마지막 항해를 시작했지만
집게발이 파도를 물고 놓지 않는다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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