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라는 바다에 우리는 누구나 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꿈은 집념으로 뚤뚤 뭉친 꽃게의 집게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루지 못한 빈자리는 결국 뭔가로 채워지죠. 40대 어느 날 나는 심한 공복을 느낍니다. 허기진 나의 배를 채워 줄 양식인 시가 내 앞에 나타났지요. 그래서 마구마구 시를 주워 먹었습니다. 그렇게 시에 미쳐 내가 나이를 먹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정신 차리지 않았습니다.
시인이 되고 싶은 열망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시를 쓰고 갈무리하고 만족하고 묻어두고 며칠 후 다시 열어보고 실망하고 아직 습작 시인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를 질책하고 그러다 이번에 등단의 꿈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저를 선택해주신 심사위원님들과 경남신문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 습작의 솜털을 지우고 자신의 세계를 열어가라는 당부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같이 꿈을 키우며 열심히 공부한 ‘시우리’와 ‘샘시’ 가족들과 이 영광을 나누고 싶습니다. 저의 시에 인격을 불어넣어 주신 존경하는 이병관 선생님 그리고 사랑하는 우리 고운이 강한이랑도 함께하고 싶습니다. 시 ‘꽃게’는 올해 구순(九旬)을 맞이하는 저희 아버지의 일생입니다. 거동은 조금 불편하지만 정신은 아직 견고하신 아버지께 무병장수를 바라며 이 시를 바칩니다. 나는 아버지라는 바다 위의 영원한 무인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965년 경남 남해 출생 △1984년 남해종합고등학교 졸업 △‘시우리’ 회원 △고운농원 대표